"민중신학이 말하는 위기는 사람들이 주일에 교회로 몰려들지 않고 여가를 즐기게 되었다든가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배제-박탈''의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지금 여기'' 우리의 위기에 대한 신학이론적 개입이 바로민중신학이다" 한백교회 김진호(金鎭虎) 목사의 저작「반신학의 미소」(삼인)는 새삼 해체와 전복의 민중신학을 말하고 있다. "국가안보 담당자 가운데 민중신학의 말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저자의 ''고백''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이제 와서 왜 다시민중신학인가? "성서 읽기는 이질적인 것을 배타하고, 심지어는 그 대상을 정복하거나 몰살해야 한다는 공격성을 내면화시키는 의례에 다름 아니다" "그 결과는 실패를 모르는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구축해왔다" 저자는 이를 ''진보만의 역사라는 신화''로 명명하고, 문명사의 과정도 이러한 ''주류교회사''의 그것과 동어반복임을 간파한다. "서양이 추동해온 근대사는 바로 정복의 역사요 지배의 역사였다. 실패를 모르는 전진만을 욕망하는 역사다. 이는 이질적 세계를 정복해 자신을 닮은 땅으로 재현하려는 욕망의 역사이다" 그러면 저자는 무엇을 해체.전복하려는가? "나의 해체론의 배경에는 그리스도교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스스로를 사회의 다른 범주들로부터 근본적으로 ''타자화''하려는 자의식과 결부돼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주류교회의 담론이 신과 인간을, 인간과 인간을, 인간과 비인간을 둘로 나누는 ''타자성''을 교조화함으로써, 타자 특히 소수자에게 부과해온 배제와 박탈의 고리를끊으려 하는 것이다. "민중신학은 박탈당하고 배제당한 사람들의 고난의 현실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고발한다. 하지만 배제.박탈의 메커니즘은 종종 은폐돼 있다. 그런 점에서 민중신학의 자리는 은폐된 고난의 구조에 대한 신학적 비판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동성애 문제를 보는 한 시각''이라는 단편은 저자의 이같은 문제의식이 구체적으로 녹아 있는 글이다. 저자는 오른손은 ''정의'', 왼손은 ''비정상''으로 굳어진 ''오른손-왼손의 담론''을 빌어, 동성애 담론 역시 배제와 편견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사안이며 이면에 깔린 ''권력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함을 호소한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