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물의 본질과 인과관계 그리고 운동법칙 등을 알고자 하는 강렬한 지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또 그 실용적 필요성도 지니고 산다.

그래서 끊임없이 현상과 변화에 대해서 ''왜''라고 묻는다.

이를 관찰·분석하고 연구해서 궁금한 물음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하려고 하는 것이다.

흥미있는 점은 진실을 추구하려는 지적 충동과는 정반대로 현실사회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이 더 난무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과학적 합리성보다 때로는 개인의 선호에 기초해 가치판단을 하고 자기 주장을 편다고 해서 지나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합리적·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해야 하는 과학적 합리성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의 지적 수준은 어떠한가.

경제학 등 사회과학과 정책에 대한 이해수준이 객관적 사실과 너무 동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결과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되고 여론의 객관성 확보도 미흡한 사례가 많다.

물론 정확한 정책수립과 시행도 실패하기 십상이다.

원래 사물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거의 모두 실증적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선험적으로 사물에 대한 본질,인과관계,운동법칙을 추론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보편적 지(知)로 수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현상에 대한 검증은 최소한 수십년이 걸리거나 세기를 달리하는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가 알고자 하는 바와 실제 간에는 매우 큰 격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인간의 지적 한계(無知) 때문에 사물인식과 정책에 대한 자신의 선호가 과학적 근거를 지닌 것처럼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알고 있는 지식조차도 이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기보다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부당하게 해석하고 비하하기도 한다.

뿌리깊은 편견의 소치다.

또 설익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에 민감한 계층이 현실인식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

이들은 가끔 패러다임 분단현상을 일으키고 사회갈등의 증폭을 완화하는 데 실패한다.

그래서 서구 지성사는 사물의 본질 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패러다임의 분단현상을 극복하는 데 집중했다.

통계표 뒤에 숨어있는 경향이나 특징 등을 제대로 읽기 위하여 통계적 분석과 해석을 위한 토론에 집중한 것이 그 좋은 예다.

통계는 오랫동안 확률과 더불어 불확정 사상(事象)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반수학(反數學)''또는 수학 밖으로 취급됐다.

17세기 이후에야 수학의 한 분야로 인정됐다.

그 이후 확률·통계는 장족의 발전을 거쳐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성질을 규명하고 운동법칙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확률과 통계사를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해온 서양의 지성사로 승화시킨 책이 바로 ''통계학(Statistics on the Table)''이다.

이 책에는 통계적 개념과 방법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시카고대 통계학 교수인 스티븐 M 스티글러가 저술했다.

그의 명저로서 ''1900년 이전의 불확실성 측정''이라는 부제가 붙은 ''통계사'' 발간 이후 속편으로 발간됐다.

내용은 1부 사회과학과 통계학 그리고 5부 표준의 문제 등 총 22장으로 짜여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먼저 대수(大數)의 법칙(法則)이 오늘날에도 사회과학에 널리 이용되는 배경을 논술했다.

그것은 우연적 확률적 시행에서 얻는 평균값이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추상적인 수치이나 우연의 실험을 반복할수록 개별적 분산은 작아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통계분석으로 사물간의 상관성을 인식할 수 있으나 인과관계는 인식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 등이 잘 서술돼 있다.

이 책은 통계전문가에게는 통계학사를 가르쳐 준다.

비통계 전문가에게는 과학적 인식론과 비과학적 인식의 허구를 보여줌과 아울러 과학적 방법이 무엇인지를 설파해 준다.

과학적 합리성 없이 자기 주장만 난무하면서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진리를 인식하는 방법인가를 가르쳐 주는 좋은 책이다.

다만 통계학 전문지식이 없으면 읽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