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맞아 연극계에서도 희망의 여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올해에는 그동안 시도돼온 다양한 모습의 연극이 뿌리를 내리면서
"장르의 전문화.세분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분야처럼 연극도"장르파괴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만화같은 연극과 오페라같은 뮤지컬"등 장르간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Hybrid)성 연출기법을 통해 특정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활동이 주류를
이룰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젊은 기획자들과 인터넷동호회를 중심으로 "쌍방향(Interactive)" 연극교류
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통해 대사를 주고받으며 글로 무대를 꾸미는
수준이지만 "사이버 연극"의 출현은 시대적 조류다.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이 제작과정을 지켜보고 연출가나 배우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제작과정부터 공연까지 관객이 함께하는 "사이버 연극"이
등장하는 것이다.

김혁수 연극협회 사무국장은 "연극의 다양화는 70년대의 번안극 80년대의
실험극 90년대의 방황기 등 많은 실험들을 거치면서 얻어낸 소득"이라며
"올해에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내기 위한 작품의 전문화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은 40여개의 소극장들이 모여있는 대학로의 연극가.

연극에 만화기법을 도입한 극단 수레무대의 "락희맨쇼"나 영화 "매트릭스"의
장면을 패러디한 연우무대의 "스카펭" 등 관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내는
연극들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연한 사고와 감각으로 관객의 욕구변화를 민첩하게 읽어내는 젊은 연출가
와 기획자들의 합작품들이 연극계의 중요한 축을 구성할 것이라고 연극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뿐만 아니라 웃음을 앞세워 뒷골목의 벗기는 연극을 밀어내고 대학로에
새롭게 자리잡은 "개그콘서트"처럼 "가벼움"을 추구하는 젊은 관객들의
입맛에 부합한 장르확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버컬처(Silver-culture)"도 전문화 경향에 한몫 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든 문화가 젊은 사람들에게 편중되어 있는 현실속에서 중장년층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해주는 역할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에서 40여년만에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악극은 좋은 예다.

악극은 향수를 자극하는 뽕짝과 중년배우들의 푸근한 연기로 40대 이상
관객들의 발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올해에도 "비내리는 고모령" "아버지 전상서" 등이 연초부터 무대에 올라
당분간 악극붐이 지속될 전망이다.

뮤지컬의 경우 대형화.기업화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당 8~10억원의 드는 높은 제작비를 감당하기에 현재와 같은 극단시스템
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록햄릿" "뮤지컬콘서트"의 흥행실패로 5억원의 손실을
입은 서울뮤지컬컴퍼니는 취약한 제작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나 정부의 대규모 인적.물적 자원을 토대로 한 대형
뮤지컬의 출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 등의 국제
행사도 뮤지컬 대형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세종문화회관 서울뮤지컬단의 이종훈 단장은 "당분간은 중소형 뮤지컬들이
혼재하겠지만 결국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뮤지컬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