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살수가 없죠. 수조속에 있는 물고기를 보고
가족의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축제"란 장례식을 의미하죠"

올해 아쿠타가와 (개천) 문학상 수상자인 재일동포작가 유미리(29)씨는
23일 오후 연극"물고기의 축제"를 관람하고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사인회를 겸한 이자리에는 최근에 일고 있는 "유미리 신드롬"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참석, 작품 세계 등에 관해 질문했다.

유씨는 16살때 뮤지컬배우에서 출발하여 극작가로 변신하게 된 동기에
대해 "내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컸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불행한
삶을 드러내는 것이 상처의 딱지를 떼내는듯 아프지만 현실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또한 극작가,소설가로 성공해 가족과 재회하고 행복을 찾은듯
보여도 "한발뒤가 바다인듯한 아슬아슬함속에서 글을 쓰는 것은 전과
다름없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가족의 고립과 파편화는 심화될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스스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엔 "모성애란 본능적이
것이 아니고 노력해서 만드는 것인데 나는 어려울것 같다"고 대답했다.

공연에 대해선 한국말을 몰라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장례식형태,
등장인물의 이름 등이 한국식으로 소화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자리에는 같은 유씨라고 밝힌 한 관객이 뿌리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라는 "충고"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씨는 일정을 마치고 24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