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즈니 플러스
/사진=디즈니 플러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좋은 기획안이 넷플릭스에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한국 제작자들의 만남에서 '오징어게임'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 김지연 대표의 발언 중 일부다.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CEO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약속했던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미래의 작가, 감독의 산업적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이라는 메가 콘텐츠를 내놓고, 대표가 내한해 한국의 제작사 대표들과 직접 만남을 갖는 동안 디즈니+(플러스)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디즈니 코리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는 OTT 콘텐츠 팀 전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사실상 팀이 해체된 것이 확인됐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논의할 창구가 실질적으로 사라진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기획, 준비 중이던 작품들도 급하게 다른 플랫폼을 알아보는가 하면, 작업이 올스톱된 것도 있다.

"볼 게 없어요"…줄어드는 사용자


앱 통계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지난달 국내 앱 사용자 수는 약 179만명으로, 올해 1월(216만명)과 비교해 37만명이 감소했다. 2월 207만명, 3월 206만명, 4월 181만명으로 올해에만 4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넷플릭스 앱 사용자가 1153만명으로 집계되는 것과 비교되면 6배 넘게 차이가 난다. 티빙이 514만명, 쿠팡플레이가 431만명, 웨이브는 391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꼴찌다.

앱 사용자 순위도 하락했다. 올해 1월 국내 앱 사용자 순위는 143위, 2월 147위, 3월 149위로 140위권을 유지하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169위와 168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용자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는 '킬러 콘텐츠' 부재가 꼽힌다. 디즈니 플러스는 2021년 11월 한국 론칭 이후 '그리드', '너와 나의 경찰수업', '키스 식스 센스', '사랑이라 말해요', '커넥트' 등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까지 '카지노' 등의 오리지널 작품을 발표했지만,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몇몇 제작자들은 "디즈니의 작전 실패"라고 평가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대화를 나눠보면, 넷플릭스는 캐스팅 보다는 이야기와 소재에 움직이는 느낌이라면, 디즈니는 한국의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며 "여기에 공개 방식 역시 매주 선보이는 방식이라 넷플릭스로 한꺼번에 몰아보는 것에 익숙해진 이용자들겐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만 밀리는 게 아니었네

/사진=디즈니 플러스
/사진=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 상륙 전 강력한 존재로 주목받은 건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은 마블과 대한민국을 섞어 '마블민국'이라고 불릴 만큼 마블 시리즈에 대한 팬덤이 강력하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까지 화력은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성의 없는 자막에 대한 지적과 함께 "가진 IP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디즈니 플러스의 부진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디즈니는 올해 1~3월 스트리밍 부문 6억 59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이는 직전 분기 11억 달러 적자보다는 나아졌지만, 적자는 벗어나지 못했다. 가입자 수 역시 전 분기 대비 400만 명 감소한 1억 5780명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까지 중단하고 나섰다. 디즈니는 7000명을 해고하는 인력 감축안뿐 아니라 올해 2월부터 55억달러(한화 약 7조원)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편 디즈니 플러스는 오는 8월 9일 50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공개한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이번에는 전 세계 동시 7개 에피소드를 공개한 후 매주 2개씩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