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우주, 양자기술 개발 등이 빨라지면서 국방 연구개발(R&D) 체계를 재편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최근 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무기체계 상태 기반 정비(CBM) 특화연구센터’를 열었다. 전차, 잠수함, 유도미사일 등 무기에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달아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KISTI 관계자는 “CBM센터가 가동되면 무기의 신뢰성·유효성·지속가능성값(RAM-C)을 높여 방산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국인 독일은 RAM-C를 고도화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무기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높은 RAM-C값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KISTI CBM센터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현대로템,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이 모두 참여한다. 수출 전략 품목으로 떠오른 현대로템의 K-2전차, LIG넥스원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2, 대우조선해양의 장보고급 잠수함 등이 센터의 주 연구 대상이다.

군은 지난해부터 대전 KAIST에서 비공개회의를 분기마다 열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육·해·공군과 함께 국방대, 국방과학연구소(ADD), KAIST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직전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드러진 유·무인 복합전투 사례를 논의했다. 성과도 나왔다. 1개 사단급 지휘관(소장)이 운영을 맡는 군 소속 R&D센터가 이달 말 KAIST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민군 협업 기관이 아닌 군 직할 조직이 대학 내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2월엔 방위사업청이 지원하는 ‘이종위성군 우주 감시정찰 기술 특화연구센터’가 KAIST에 설립됐다. 북한 동향을 감시할 크고 작은 위성을 운영하고, 나아가 유·무인 전투 복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에는 LIG넥스원, 쎄트렉아이의 위성 데이터 처리 전문 자회사 SIA 등이 참여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 내놓은 ‘2023~2037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에서 AI, 우주, 유·무인 복합 체계, 양자기술 등 10대 분야에서 30대 전략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예산(작년 54조6112억원)의 9% 선인 R&D 예산을 2027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대전=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