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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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대규모 서비스 먹통이 발생한 카카오가 최근 재발 방지책을 내놨지만 피해 보상안 마련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산업계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피해 보상 협의체를 꾸리고 보상안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피해 범위가 방대한 데다 별도 보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 보상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먹통' 보상액 400억은 넘을 듯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if kakao)'에서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공개했다. 서비스 먹통과 복구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시스템 다중화 조치를 강화하고 향후 5년간 서비스 안정화 투자를 기존 대비 3배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재난복구(DR)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3개가 연동되는 삼중화 이상으로 고도화된다. 또한 대표이사(CE0) 직할의 정보기술(IT) 개발자 전담조직을 별도 신설해 안정적 서비스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카카오 대표직에서 사퇴한 남궁훈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카카오 서비스의 안정화는 최우선 과제이자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겠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쇄신안을 담은 카카오의 재발방지대책은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지 약 2개월여 만이다.
남궁훈 비상대책위원회 재발 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전 카카오 대표) 사진=이프 카카오 캡처
남궁훈 비상대책위원회 재발 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전 카카오 대표) 사진=이프 카카오 캡처
카카오는 이프 카카오를 통해 내놓은 재발방지 개선조치를 조만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할 예정. 과기정통부는 카카오를 비롯해 SK㈜ C&C와 네이버로부터 개선안을 받은 뒤 내년 1분기 중 종합 개선방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이중화·이원화 조치 및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등을 수립해야 하는 내용의 '카카오 먹통 방지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역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안정성 조치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료서비스 보상액만 400억"…무료서비스 보상 어쩌나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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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관심은 카카오 유·무료 서비스 보상안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외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광범위한 서비스 장애로 사실상 연내 보상안 확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이해관계 단체들과 학계 등으로 구성된 피해보상 협의체는 이달 1일 2차 전체 회의를 개최하고 10만51116건에 달하는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당초 카카오가 파악한 1차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액은 약 400억원 수준인데, 최종적 접수된 피해 사례가 10만건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보상액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 등 보상 규정이 없는 사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전체회의부터 개별 회의까지 각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피해 보상 협의체는 접수된 피해 사례 등을 바탕으로 구체적 보상 기준과 금액에 대한 원칙을 수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의 경우 보상 규정과 선례가 없어 실제 피해 사실까지 확인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사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2018년 KT 아현지사 서비스 장애 때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피해 유형이 다양해 보상안 마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피해 범위와 대상이 한정된 KT 화재 피해 보상의 경우 사고 발생 후 무려 333일 만에 피해 소상공인에게 1인당 40만~1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일단락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KT 화재의 경우 매장 포스기 통신 불량 등 피해 대상 및 피해 내용 등이 구체적하고 범위도 한정적인데도 최종 보상까지 1년이나 걸렸다"며 "카카오 장애의 경우 피해 보상안이 마련된다 해도 피해 사례가 워낙 다양해 연내 보상 원칙 수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