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화이자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관련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시간) 화이자는 영국 합성생물학 개발 기업인 터치라이트 제네틱스와 RNA 생산과 관련한 비독점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터치라이트는 선급금과 임상 및 상업화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상업화 후 기술사용료(로열티)를 받게 된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화이자는 이번 계약으로 터치라이트의 디옥시리보핵산(DNA) 생산 플랫폼 ‘dbDNA’를 사용하게 된다. mRNA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mRNA의 주형이 되는 플라스미드 DNA(pDNA)가 필요하다. pDNA는 대개 대장균을 이용해서 합성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고 공정이 복잡한 것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새 mRNA 백신을 생산하는 데 약 100일이 걸리는데, 이 중 30일은 pDNA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언급했었다.

dbDNA는 선형 이중가닥 DNA를 이용해 대장균 없이 DNA 제조가 가능한 기술이다. 대장균 대신 DNA 합성에 필요한 효소를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긴 DNA 합성이 가능하다. 생산 속도 역시 빠르다. 회사에 따르면 dbDNA를 이용하면 5일 이내에 DNA를 합성할 수 있다. 이는 대장균 방식보다 5배 가량 빠른 것이다. 터치라이트는 “대장균을 이용하는 것보다 제조 공간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양도 많다”고 했다.

카렌 펄른 터치라이트 CEO는 “입력한 내용을 충실하게 복제하기 때문에 생물체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가 없다”며 “mRNA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치라이트는 지난해 1억25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를 시설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터치라이트는 런던의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시설에서 DNA를 생산하고 있다. 시설을 확장 중이며 11개의 제조 설비를 추가 도입해 올 4분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펄른 CEO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합성 DNA 제조업체가 되기를 바란다”며 “화이자와 같은 대형 제약사와의 계약은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화이자는 dbDNA 기술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지만, 언제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화이자가 코로나19 이후 암 희귀질환 면역질환까지 mRNA 백신·치료제 영역을 확장하며, 이에 필요한 생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는 터치라이트를 포함해 올해만 네 개 기업과 mRNA 개발 관련 기술협력을 맺었다. 그 중에는 또 다른 DNA 합성 기업인 코덱스DNA도 있다. 코덱스DNA 역시 대장균을 이용하지 않고 빠르게 DNA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국내 업계 전문가는 “화이자가 모더나와의 경쟁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mRNA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바이오엔테크와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돌입했고, 올 하반기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