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앤컴퍼니, 美 CMO 시장 공략 나선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에 뛰어든다. 수익 기반 마련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다.

지놈앤컴퍼니는 8일 미국 CMO 기업인 리스트랩 지분 60%를 2700만달러(약 314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리스트랩은 미국 산호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이오 기업으로 43년간 마이크로바이옴, 박테리아톡신 등의 CMO 사업을 해 왔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사진)는 “리스트랩의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2025년까지 CMO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CMO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확보해 선두권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스트랩의 생산 규모는 임상 1, 2상에 사용될 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매출은 100억원 안팎이다. 지놈앤컴퍼니는 2024년까지 임상 3상과 완제의약품까지 상업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증설 자금은 리스트랩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라며 “지놈앤컴퍼니가 유상증자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놈앤컴퍼니가 리스트랩을 인수한 이유는 미국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 마이크로바이옴 CMO 기업은 낙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 호주, 프랑스 등에 집중돼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살아 있는 균을 이용하기 때문에 약물의 이동 거리는 품질과 직결된다. 이동 거리가 짧을수록 경쟁력이 커지는 구조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이번 인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CMO 수요가 급팽창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CMO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12% 부족했다”며 “2024년에는 최대 40%까지 공급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CMO 시장은 리스트랩 등 6개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다른 바이오의약품과 다르게 마이크로바이옴 CMO는 다양한 종류의 균주를 배양할 수 있어야 하고, 살아 있는 균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배 대표는 “3년 내에 세계 3위 마이크로바이옴 CMO 기업으로 성장하고 2030년께 동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지놈앤컴퍼니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소 5년 넘게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 동안 CMO 사업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임상 시약 생산이 제때 이뤄지게 돼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며 “리스트랩이 신약 개발을 위한 현금창출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