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개발된 이중항체 기술. 하나의 항체로 두 개 항체의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유망한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이중항체 기술 역시 고려할 점들이 있다. 이중항체 기술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단클론 항체치료제인 올소크론이 198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로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항체 제작과 엔지니어링 기술에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고, 지난 5년 사이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상위 제품은 항체치료제가 장악하게 되었다. 2019년 현재 매출 상위 10개 의약품 중 바이오 의약품 비중이 70%인데 그중 항체치료제가 51.1%를 차지했다.

초기의 항체치료제 시장은 암, 자가 면역을 포함한 염증성 질환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대사질환, 뇌질환 등 치료범위를 확장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합성의약품 대비 낮은 독성 등 장점 있지만 한계도 뚜렷

항체치료제는 합성의약품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체내 유래 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독성이 낮으며, 타깃 항원에 대해 높은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의 특정 부위를 에피토프(epitope)라고 하는데 항체는 에피토프의 아주 작은 변화까지도 인지할 수 있다. 항원의 인산화 유무를 탐지하거나 항원에서 변이가 생긴 경우 이 변화를 탐지하는 기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반적인 합성의약품의 경우 체내 반감기가 수시간에서 수일 정도인 데 비해 항체는 20일 정도로 길다. 오랜 시간 체내에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항체치료제는 한계가 있다. 첫째, 합성의약품은 경구용, 주사용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가능한 반면 항체치료제는 대부분이 주사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정맥주사 또는 피하주사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둘째, 일부 바이오의약품은 미생물에서 생산이 가능하지만 항체치료제의 경우 대부분 동물세포에서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매우 높다.

셋째, 물질의 크기가 합성의약품에 비해 매우 큰 편이며 구조가 복잡하다. 분자량이 커서 조직 내 침투가 제한되고 그 결과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넷째, 항체는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항체치료제는 세포 외부로 분비되는 물질 또는 세포 표면의 막 단백질 등을 타깃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세포 내 타깃 항원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한계가 있다.


단일항체 한계 극복할 엔지니어링 기술 ‘이중항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로는 이중항체, ADC(Antibody-Drug Conjugate)가 있고, 항체 기술을 적용한 CAR-T 등의 세포치료제 기술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중항체 기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중항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타깃에 결합이 가능한 항체를 말하며, 항체의 효능을 향상시키고 적용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의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며, 형태에 따라 특성에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하나의 항체를 가지고 서로 다른 두 항체의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망한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까지 70여 가지의 이중항체 구조가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는 형태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중항체의 구조는 대칭형과 비대칭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단편결정화 가능(Fc·Fragment crystallizable) 영역의 유무에 따라 다시 여러 분류로 나뉜다. 이번에는 Fc 영역을 포함한 항체를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항체의 세계] 항체 제작과 엔지니어링의 결정체 ‘이중항체’

비대칭형 이중항체는 ‘항체 Fc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제작이 가능하다. 제작 및 분석이 어렵지만 독자 플랫폼으로 개발이 가능하며 제작 방법 등에 대한 지식재산권 확보가 가능하다.

항체는 Y 자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항체에는 2개의 항원 결합부위가 있다. 비대칭형으로 이중항체를 제작하는 경우 서로 다른 항원 결합부위를 하나씩 가진 항체가 제작되기 때문에 모 항체에 비해 항원 결합부위의 수는 절반이 된다.

항원-항체의 결합력에 미치는 요소 중 항원-항체 간 친화력 외에도 항원 결합부위의 수가 미치는 영향을 ‘어비디티(avidity)’라고 한다. 비대칭형으로 제작한 이중항체의 경우에는 일반 항체에 비해 항원 결합부위의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어비디티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전체적인 결합력이 저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상 존재하는 항체와 거의 유사한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항체의 생산성이나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비대칭형 이중항체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로슈의 크로스맙, 젠맙의 듀오 바디가 있다.


안정성과 생산성은 풀어야 할 과제

대칭형 이중항체는 항체의 항원 결합부위를 모 항체의 N- 또는 C-말단에 결합하는 형태로 제작한다. 일반적인 IgG 형태의 항체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항원 결합부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

또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지식재산권 문제도 없다. 이 제작방식은 생산 및 정제가 용이하지만, 항체에 새로운 결합부위를 도입하면서 생기는 항체의 안정성, 생산성 문제들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항체는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짧은 펩타이드 또는 도메인 등을 연결하게 되면 항체의 안정성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모 항체의 N-말단에 새로운 항원 결합부위를 연결하는 경우에는 모 항체의 항원 결합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중항체 제작 시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scFv는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체에 결합하는 scFv의 특성에 따라 이중항체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중항체를 제작하면 모 항체의 특성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결합부위에 의한 항체의 특성에는 변화가 없는지, 항체의 생산성 및 안정성에는 큰 변화가 없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특성분석이 필요하다.


타깃 항원 및 항체의 특성 신중히 고려해야

이중항체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타깃 단백질의 특성과 각 타깃에 대한 항체의 적정 용량 등 항체의 특성에 대한 것이다.

이중항체의 두 타깃이 어떤 특성을 가진 물질인가에 따라 항원에 대한 동시 결합이 중요할 수도 있고, 특정 항원에 대한 결합이 먼저 일어난 후 다른 타깃 항원에 대한 결합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원에 대한 항체의 친화도를 조절함으로써 항원에 대한 결합 순서 또는 결합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항체의 최적 사용 농도 또한 이중항체 제작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최적 농도에 많은 차이가 있는 두 항체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이중항체보다는 병용 투여가 적합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이중항체 기술은 기존 항체 기술이 가지는 단점을 극복하고 항체의 효능 향상 및 확장성을 높일 수 있는 우수한 엔지니어링 기술로서 항체의 특성 및 활용 방안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타깃 항원 및 항체의 특성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제작한 이중항체는 단순히 항체 두 가지를 결합한 새로운 물질 하나를 개발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 소개>

[항체의 세계] 항체 제작과 엔지니어링의 결정체 ‘이중항체’
이정욱

성균관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항체 연구를 시작했고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팀장을 지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한올바이오파마를 거치면서 바이오의약품 기술 분석 및 면역항암제 연구를 했다. 현재 세라노틱스 항체신약연구소장으로 항체 라이브러리 구축 및 항암 항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