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4 - 핫 컴퍼니] 천랩,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분석 플랫폼이 경쟁력
천종식 천랩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기존 신약 개발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신약이 될 것”이라며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기술을 지닌 천랩의 가치가 나날이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 대표는 “천랩은 14만 건에 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은 체내 미생물 생태계를 뜻한다. 인간의 장에는 38조 개가량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천 대표는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으로 유익균과 유해균의 패턴을 분석하면 장내 미생물 환경을 파악할수 있다”고 말했다. 천랩은 14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생명공학(BT) 및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차세대 유전체 기술로 분석하는 정밀 분류 플랫폼 ‘이지바이오클라우드(EzBioCloud)’도 구축했다. 전 세계 150여 개국 3만7000명 이상이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 플랫폼의 ‘rRNA’ 데이터베이스는 현재까지 9700회 이상 각종 논문에 인용됐다.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데이터베이스라는 설명이다.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신종 균주로 치료제 개발

천랩은 이 플랫폼 기술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현재 고형암, 염증성장질환(IBD)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균주 ‘CLCC1’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내년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CLCC1은 장내 주요 세균 연구를 통해 분리·동정한 신종 균주다. 간암 동물 모델에서는 CLCC1의 단독 투여가 이뤄졌다. 매일 CLCC1을 경구 투여받은 마우스군은 대조군과 달리 약 2주 후부터 종양 크기가 현저히 줄었다. 대장암의 경우 CLCC1의 단독과 병용 투여를 진행했다. CLCC1 단독 투여 마우스군은 면역관문억제제(anti PD-1) 단독투여군과 유사한 종양성장 억제효과를 보였다.

또 CLCC1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종양 성장이 55% 억제됐다. 천대표는 “암환자에게서 유의하게 줄어들어 있는 균주를 선택해 임상에서 보다 차별화된 효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균주를 IBD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짧은사슬지방산(SCFA·단쇄지방산)’을 생산한다. SCFA는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주요 물질이다. 장벽을 튼튼하게 보호하고 면역을 조절한다. 특히 항염증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기업이 SCFA가 항염증 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착안해 마이크로바이옴 개선을 통한 IBD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환자와 정상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정확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해 실패했다.

반면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후보 균주를 발굴했다. 1차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검증하고 올해 안에 추가 동물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경학적 질환에 연관성이 있는 후보 균주도 발굴하고 있다.

진단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세계 최초 유전체 기반 감염진단 소프트웨어 제품 ‘트루박(TrueBac) ID’를 미국 FDA로부터 의료용 소프트웨어(SaMD)로 허가받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신속 항체 진단기기 ‘EZSpeed’에 대한 유럽 체외진단기기 인증도 받았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개개인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분석하고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추천한다. 또 모바일 앱으로 이용자의 건강관리를 돕는다.

신약 개발 전 주기에 걸친 기술이전 추진

천 대표는 앞으로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파이프라인이 아닌, 발굴 및 분석 플랫폼 자체에 대한 기술이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기존 신약 개발 패러다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하나의 적응증이나 하나의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것이 아닌, 여럿의 후보 균주를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 자체를 기술이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플랫폼 기술 이전 사례로 지난 4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세컨드지놈과 체결한 15억 달러(약 1조7300억 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꼽았다. 천대표는 “이 계약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염증성 질환, 섬유화 질환 등에 대한 최대 5개 파이프라인의 임상 반응 예측용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계약”이라며 “파이프라인 1개를 개발할 때마다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을 수 있어 플랫폼 기술이전의 계약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플랫폼 내 안정성 이슈가 낮은 상재균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임상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질병에서 병용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천랩은 이미 20여 종의 질병에 대해 데이터베이스와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기술이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천랩의 플랫폼에는 어떤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있을까. 그는 “천랩이 보유한 14만 건이상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는 자폐 스펙트럼장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암, IBD 등 20개 이상 질환에 대한 질환 연계 데이터를 포함한다”고 했다. 건강군과 질병군의 장내 미생물 정밀분석 데이터에 AI를 적용해 질환과 상관관계가 높은 치료제 후보 미생물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랩의 장내 미생물 라이브러리인 균주은행(strain bank)에는 세균 335종 5400주의 유전체 데이터가 있다.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에서 현저히 줄어든 상위 100종 중 75%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77종은 천랩이 새로 발견한 것이다. 천 대표는 “이 데이터로부터 도출한 파이프라인 균주의 실물 자원을 미리 확보해 빠른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 임상시험에서 동반진단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전문성 확보

그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후보물질이 전임상에서 보인 효과를 환자에게 재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또 정확도 높은 장내 미생물 데이터뿐만 아니라 연계된 질환 정보, 식생활 정보 등 메타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랩은 이에 대한 답을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와 임상 데이터에서 찾고 있다.

천랩은 핵심 기술인 플랫폼의 확보를 제외한 평가, 제제화, 제품화 등에서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쓸 계획이다. 천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다양한 질병과 관련돼 기존 약물과의 병용 투여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며 “다국적 제약사 및 바이오 의약품 전문기업 등에 기술이전을 통해 임상 자금을 확보하는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 확대가 용이할 것

by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최근 플랫폼 기업의 확장성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의 확대가 용이하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 천랩에 관심을 권고한다."
[커버스토리 part.4 - 핫 컴퍼니] 천랩,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분석 플랫폼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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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