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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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하루 평균 사망자수를 고려하면 현재 확인되는 백신접종 후 사망자 숫자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매일 1000명이 사망하고, 인구의 1%가 독감 백신을 맞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독감 접종자 중 10명 정도는 사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센터장)은 23일 대한의학회지에 공개한 논평을 통해 "(백신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조건부확률의 전형적인 예시"라며 "인과관계나 상관성을 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국내 평균 사망률 고려하면 독감 백신 사망자는 정상범주"
정 교수는 국내 평균 사망자수를 토대로 최근들어 늘고 있는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숫자를 설명했다. 국내 사망자는 매년 30만 명에 이른다. 겨울에는 사망자가 다소 증가해 10월이면 매일 100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내 독감 백신 접종률이 50%라고 가정하고 이들이 두 달 동안 맞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일 국민의 1%가 예방접종을 받는다는 의미다. 연령과 성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10월 하루 평균 사망자 1000명의 1%인 10명이 예방접종 24시간 안에 사망한다는 의미다.

국내 사망자 중 10%가 기저질환이나 원인불명으로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매일 한 명은 예방접종을 맞은 지 하루 안에 사망하고 그 원인조차 모른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단순한 사고실험만으로도 현재 같은 수준의 백신 접종 후 사망은 설명할 수 있다"며 "현재 보고된 사망이 접종 후 최대 3일 뒤 발생한 사망까지 보고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백신 접종과 접종 후 사망에 대한 상관관계의 성급한 추정은 논리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백신 접종이 일종의 회상편견이 돼 사망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회상편견은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도덕적으로 책망하거나 기억할만한 사전 사건이 있으면 이에 대한 기억과 진술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역학적 연구를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는 백신 관련 문제로 예상되는 사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각에서 제조공정상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때는 특정회사의 제품이나 동일 로트 번호에서 문제가 생겨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사망자가 맞은 백신의 로트번호가 다르다. 일부 로트번호가 같은 사례가 있지만 이는 확률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범위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여러 지역에 분모된 것, 이들이 백신을 맞은 의료기관이 제각각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 근거는 백신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부연한다고 정 교수는 판단했다.

사망자들의 증상으로 볼 때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증후군으로 보기도 어렵다. 미국 백신 안전 데이터링크(VSD)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일주일 안에 사망할 확률은 10만 회 당 6명에 이른다. 65~74세는 그 숫자가 11.3명으로 더 많다.

정 교수는 "고연령층의 사망률은 이미 매우 높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사망 보고에 대한 언론보도가 전수감시에 가깝다 해도 이례적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과거 일부 심각한 부작용의 사례가 있었지만 현대적인 백신 제조공정과 운반체계가 확립된 뒤 백신이 매우 안전하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독감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특히 사망과 관련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 독감 백신 유통 과정의 문제와 불신 때문에 사망사례에 대해 우려가 크지만 최근 확인되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가 백신 때문에 발생했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