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펜로즈·겐첼·게즈 공동 수상

펜로즈, 호킹 박사와 이론 확립
겐첼·게즈는 천체 관측으로 규명
천체 물리학자 2년 연속 수상
2020년 노벨물리학상은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실험적으로 규명한 천체물리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사진 왼쪽부터), 라인하르트 겐첼 미국 UC버클리 교수, 앤드리아 게즈 미 UCLA 교수를 선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펜로즈는 우리은하 내 블랙홀의 성질을 이론적으로 처음 밝혀냈다. 겐첼과 게즈는 최신 망원경으로 이 블랙홀이 실재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게즈는 역대 네 번째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펜로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블랙홀의 성질을 규명한 세계적 이론물리학자다. 2018년 사망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함께 ‘펜로즈-호킹 특이점 정리’를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블랙홀은 상대성이론에서 이미 예견됐지만 실제로 존재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는데, 펜로즈가 이를 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해냈다”고 설명했다. 펜로즈가 아인슈타인 사후 10년째인 1965년 내놓은 블랙홀 관련 논문은 상대성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사제지간인 겐첼과 게즈는 블랙홀의 존재를 천체 관측으로 입증했다. 칠레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 망원경을 활용해 우리은하 중심에 태양 질량의 400만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밀집 존재(supermassive compact object)’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들은 우리은하 내 무수한 별의 공전 양상을 십수 년에 걸쳐 관측했다. 그 결과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의 막대한 인력이 없다면 현재 별들의 공전 속도와 궤도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보였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들의 연구를 “블랙홀이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the most convincing evidence)”라고 평가했다. 적외선 분광학 관측 기법으로 별들의 움직임을 오랫동안 추적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이로써 노벨물리학상은 2년 연속 천체물리 분야에 돌아갔다. 천체물리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장 극단적인 천체인 블랙홀 주변에 나타나는 현상을 관측함으로써 아인슈타인에서 비롯된 양자역학의 타당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반도체 한계 돌파, 양자컴퓨터 개발 등에 유용한 고난도 물리학이지만 아직 산업적 응용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동현 교수는 “최근 물리학 분야에서 허블 망원경, 중력파 측정기 등 새로운 관측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천체물리 분야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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