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인라이트벤처스 대표
"유니콘은 투자자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원천 기술 가진 스타트업 성장 돕는 게 중요"

벤처캐피털(VC) 대부분은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주소지 역시 수도권인 경우가 많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지방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쉽지 않아서다. 신생 투자회사 인라이트벤처스의 전략은 정반대다. KAIST를 비롯한 명문 과학기술원이 지방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방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한국벤처투자, 삼성벤처투자를 거친 김용민 대표(사진)와 대성창업투자 출신 박문수 대표가 2017년 설립한 VC다. 본사는 대구에 있고, 광주와 제주도에 지사가 있다. 투자 환경과 창업 환경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극복해보자는 게 VC를 세운 배경이다.

김 대표는 “대전에 있는 KAIST를 비롯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ST) 등 연구기관이 비수도권에 자리잡고 있고 대부분 제조산업 시설도 수도권 규제로 지방에 있지만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은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방에 있는 과학 인재 풀과 지역 자금을 연결해야 기술 기반의 창업 생태계를 보다 활발하게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립된 지 2년밖에 안 된 회사지만 화려한 실적을 자랑한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전기자동차 인프라, 부품소재 분야 등 딥테크(기저기술) 스타트업 270여 곳에 투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기술벤처 육성 프로그램 ‘팁스(TIPS)’의 운용사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8개 회사를 이 프로그램에 진출시켰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아웃사이드 C랩’의 유일한 파트너 투자사이기도 하다.

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국내 자본이 주도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서비스 스타트업보다 경제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에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 대표는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유니콘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내실 있는 테크 스타트업”이라며 “이 시장이 꽃필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 혁파 등 제도적으로, VC는 적극적인 투자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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