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보기술(IT)의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술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넘실대는 통에 깊이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의 보다 즐거운 탐험을 위해 IT의 바다 한가운데서 매주 생생한 '텔레파시'를 전하겠습니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매장(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매장(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쓰고 있습니다. 6개월 의무 사용기간이 끝나면 LTE(롱텀에볼루션) 요금제로 바꿔도 되나요? 나중에 통신사가 LTE 요금제 사용을 막으면 어떡하죠?"

상당수 5G 단말기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오는 10월부터 값비싼 5G 요금제에 '이별'을 고하는 이용자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5G 상용화 시작 후 5G 요금제 의무 사용기간 6개월을 채운 이들이 고가 요금제를 바꾸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구매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찌감치 LTE 요금제 전환 문의가 쏟아졌다. 편법 논란도 뒤따랐다. 과연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를 써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써도 된다". 이동통신사와 약정한 의무 사용기간(통상 6개월)이 지나면 5G, LTE, 3G 구분 없이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해당한다. 이통사 입장에선 5G 고객의 LTE 요금제 전환이 내키지 않더라도, 위법이 아니므로 막을 명분이 부족하다.

요금제 변경 방법은 간단하다. 5G폰에서 유심을 꺼내 LTE 폰(공기계)에 갈아끼워 홈페이지나 콜센터 등을 통해 LTE 요금제로 변경한 뒤 이 유심을 다시 5G폰에 꽂으면 된다. 유심 기변을 통해 요금제를 바꾸는 방법이다.

5G 고객들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는 'LTE 요금제 귀화'를 고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5G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LTE 요금제보다 훨씬 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했기 때문.

이통사들은 5G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시장 선점과 고객 확보를 위해 고가 요금제 의무사용 조건을 붙여 5G 단말기를 '공짜'에 풀었다. 최대 70만원의 공시지원금과 불법 소지가 있는 판매장려금을 지속 투입하면서 5G폰 1·2호인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LG전자 V50 씽큐는 한때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매장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벽면에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 포스터가 걸려있다.(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매장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벽면에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 포스터가 걸려있다.(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단말기를 싸게 팔아 고객을 모으려는 이통사 전략과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5G 고객은 빠르게 증가했다. 5G 상용화 69일 만에 국내 5G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5G 가입자의 90%가 월 8만9000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T도 5G 고객의 80% 월 8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쓰고 있다. LG유플러스의 5G 고객 대부분도 데이터 무제한 고가 요금제를 사용 중이다.

덕분에 이통사의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지난 2분기 일제히 상승했다. 이통 3사의 5G 가입자 ARPU는 평균 ARPU보다 60% 이상 높다. 올 3분기도 5G 가입자와 ARPU가 나란히 증가해 실적을 받쳐줄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다음달부터 등장할 5G 고객의 LTE 요금제 전환은 '변수'다. 이탈 규모를 예측하긴 어렵다. 이통사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린다. 다만 이탈자 규모가 클 경우 비싼 요금제와 턱없이 부족한 커버리지(서비스 범위), 아직까진 별다른 게 없는 콘텐츠 등 5G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점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단말기는 5G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다. 5G 이탈 수요가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LTE 요금제와 비교하면 5G 요금제가 비싼 건 사실이다. 전국망 구축이나 인빌딩 장비 구축은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어 LTE로 넘어가려는 고객을 잡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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