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1 국내 출고가를 또 미국보다 비싸게 책정하면서 '호갱(호구+고객)'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심지어 디자인·기능에서 별다른 혁신이 없다는 평가 속에 전작 아이폰XR보다 가격을 내렸지만, 한국 출고가의 경우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해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 취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8일 IT 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최근 아이폰11 국내 출고가를 전작 아이폰XR과 같은 가격인 99만원으로 공지했다. 애플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아이폰11 시리즈 발표 당시, 아이폰11의 가격을 아이폰XR보다 50달러 저렴한 699달러(83만원)로 소개한 바 있다.

국내 소비자는 미국 소비자보다 16만원 가량 비싸게 사야 한다. 주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난다. 일본의 아이폰11 가격은 8만784엔(88만9000원)으로 국내보다 약 10만원이 싸다. 중국에서도 아이폰11 가격은 5499위안(92만4000원)으로 6만원가량 싸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는 "개별 제품의 구체적 가격 책정 기준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아이폰11 시리즈 출시 일정에서도 한국은 1차 출시국가에서 제외됐다. 애플은 아직 1차 출시국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으나 공식 홈페이지에 국가별 출시일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출시일이 공지되지 않고 않다. 미국 일본(이상 9월20일) 말레이시아(9월27일) 등이 출시일을 공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 낮춘 아이폰11, 한국선 "전작과 똑같은 가격"…국내 소비자 또 '호갱 취급'
애플은 그동안에도 아이폰 신제품 발표 때마다 한국을 1차출시 국가에서 제외해왔다. 국내 통신기기 인증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비교적 까다로워서다. 단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캐나다 정부와 방송통신 기자재 등의 적합성 평가에 대한 2단계 상호인정협정을 맺어 캐나다에서 인증받은 아이폰이 국내에 1차로 출시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애플의 이같은 차별정책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은 한국 고객을 '호갱 취급'하는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애플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모임의 한 네티즌은 "예상대로지만 아이폰을 한국에 팔기 시작한 게 언젠데 아직도 1차 출시국에 속하지 않느냐"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애플에겐 한국이 관심 밖이다. 사주면 고맙고 아니면 말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