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파괴적 혁신’ 기업으로 꼽힌다. 2009년 창업 이후 10년 만에 미국 교통산업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월간 실사용자수는 1억 명에 달하고, 매출은 지난해 기준 112억7000만달러(약 13조3500억원)까지 늘었다.

우버는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지금의 한국처럼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운수(택시) 관련법’ 위반 논란이 거세졌다. 시 정부가 차량공유 서비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우버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혁신적 서비스를 정부가 막으려 한다”고 여론전을 펼쳤다.

전략은 먹혀들었다. 진통 끝에 2013년 1월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는 우버를 택시사업자가 아닌 ‘교통네트워크회사(TNC)’라는 새로운 범주로 받아들이고 합법화했다.

◆차량공유, 미국 각지서 합법화

캘리포니아주가 우버 운행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미국 각주와 시 정부들도 차량공유 서비스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 콜로라도주는 2014년 6월 차량공유업체를 인정하고 책임 범위를 정하는 새로운 법을 최초로 통과시켰다. 뉴욕시도 2015년부터 차량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했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자의 힘도 컸다. ‘팁’까지 의무적으로 챙겨줘야 하는 기존 택시보다 가격이 저렴했고,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눈치 빠른 정치권도 우버 등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2014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우버 금지법안’이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자 당시 공화당 후보 브루스 라우너는 “나는 우버를 사랑한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다소 미온적 반응을 보이던 주지사 패트릭 퀸도 결국 우버 금지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리노이주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차량공유 관련 규제를 풀었다. 2016년에는 운행 시간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제도도 폐지했다.

◆美 지방정부, 택시업계 유화책도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각 지방정부는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버 탄생지인 샌프란시스코 교통국(SFMTA)은 매년 1000달러(약 120만원)에 이르는 택시 면허 갱신료를 2015년 면제해줬다.

뉴욕시는 우버에 대한 규제를 일부 강화했다. 우버를 ‘블랙카 서비스(일종의 리무진 서비스)’와 비슷하게 간주하고, 운전자당 연간 700달러(약 84만원)의 등록·면허세를 내도록 했다. 뉴욕시는 지난해 택시 기사가 잇따라 자살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차량공유업체의 추가 면허 취득을 1년간 금지하기도 했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당시 “법안 통과로 차량 유입이 줄어 심화되는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뉴욕 운전기사들이 즉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2016년 우버 등 차량공유업체가 택시발전기금을 내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메사추세츠주는 우버 1회 이용 시마다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해 그중 25%를 기존 택시업계 지원에 썼다.

플로리다주는 택시업계 규제를 풀어주는 대안을 제시했다. 택시업체들이 별도 감독을 받지 않고도 운전자를 직접 선발하게 했고, 서비스 교육이나 자동차 검사 의무 등도 일부 면제해줬다.

◆차량공유 빠진 한국의 ‘플랫폼 택시’

한국은 어떨까. 차량공유는 쏙 빠진, 무늬만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방안을 내놨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이 그렇다. 타다(운영사 VCNC)와 같은 사업자들은 앞으로 직접 차량을 구입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우버, 리프트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은 서비스 제공에 ‘개인 자가용’을 이용한다. 일정 교육을 받고, 자격 검증을 받으면 누구나 운전기사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차량공유’다.

한국은 플랫폼 사업자가 차량을 모두 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사들은 반드시 택시기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결국 한국의 플랫폼 택시는 차량을 다수 보유한 또 하나의 택시회사다. 다만 요금 규제가 일부 완화되고, 다양한 서비스와 차량 도입이 가능할 뿐이다.

세계는 이미 모빌리티 경쟁이 달아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중국(디디추싱), 싱가포르(그랩), 인도네시아(고젝) 등 지구촌 곳곳에서 카풀 서비스가 뿌리를 내렸다.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인 웨이모는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선진국은 정부 지원과 기업의 연구개발 등으로 날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차량공유도 시작부터 싹이 잘리고 있는데….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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