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한국 기업은 미국의 반대에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계속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미국이 지식재산권을 정치 문제화해 화웨이를 압박하며 글로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반격했다.

화웨이 "한국기업들 우리 장비 계속 쓰길"
화웨이는 27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중 무역전쟁 중 제기된 자사 관련 문제를 강력히 반박했다. 날로 격화하는 미국 정부의 공격에 이례적으로 외국 매체 기자들을 초청해 대응했다. 간담회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 세계 주요 매체 14곳이 참석했다. 한국을 대표해서는 한국경제신문이 초청됐다.

화웨이는 한국 기업의 자사 통신장비 사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세계 각지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가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는 미국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업체는 안보상 문제가 있는 장비와 기술을 제공한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거나 경제적인 면만 고려해선 안 된다”며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압박했다.

"설립 이후 특허사용료 60억弗…美 지재권 침해한 적 없다"

화웨이 고위관계자는 이런 미국의 압박에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가 예정대로 현지 통신업체에 공급되고 있다”며 “화웨이 장비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이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기업 역시 5G 서비스의 사업성과 이용자 만족을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쑹리우핑 최고법률책임자(CLO)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최근 제기해온 자사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 주장의 불합리성을 반박했다.

쑹리우핑 CLO는 “일부 국가가 지식재산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며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지식재산권은 오늘날 미국 발전의 기초가 됐으며 미국 헌법에도 보장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화웨이가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미 의회에서는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날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며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1987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60억달러를 각종 특허 사용료로 지출했으며, 이 중 80%는 미국 기업에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세계 어떤 법원에서도 화웨이의 악의적인 기술 탈취나 지식재산권 침해 판결이 내려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에 10억달러에 달하는 특허료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업무”라고 했다. 쑹리우핑 CLO는 “매년 통신업체를 비롯한 고객사들과 특허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미국 외 유럽 및 아시아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화웨이가 5G 기술을 중심으로 거액의 특허료를 미국 기업들에 요구하며 미 정부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한 반박이다. 이날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화웨이가 특허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4억달러였다. 지난 4년간 얻은 특허 수익의 70% 이상을 미국 통신사에 요구한 것이다.

자사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가 법정에서 증명된 사례가 없다는 화웨이 측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14년 미국 법원은 화웨이가 미 통신업체 T모바일의 로봇기술을 탈취했다며 480만달러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화웨이 측은 “법률용어로 ‘악의적인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