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 보내려면 운동 필수…방법 잘 알면 재미 붙일 수 있어”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적절하게 운동하면 1주일만 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힘들게 운동하면 금방 그만두고 싶지만 적절한 방법을 알면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76·사진)은 노년기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68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6년 온양펄프를 창업, 이 회사를 1990년대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하나였던 신호그룹으로 일궈낸 인물이다.1981년 대통령 표창, 1994년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가 남들은 쉴 나이인 칠순(2011년)에 운동을 시작해 ‘몸짱’ 반열에 올라 화제다. ‘운동이 노년 건강에 좋다’는 걸 알아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운동한 걸까.

이 전 회장은 “가장 중요한 건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며 “노인이 되면 중풍 뇌졸중 등 중증질환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를 예방하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편히 쉬는 게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게 마냥 쉬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건 명백하다”며 “여행, 취미생활, 종교활동 등도 노년 건강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중에서도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운동에도 등산 테니스 등 종류가 많다. 이 전 회장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걸 추천했다. 적절한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함께 할 수 있으면서도 자기 몸상태에 맞춰 강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운동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초심자는 퍼스널트레이너를 고용해서 개인수업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며 “처음부터 올바른 방법으로 운동을 해야 재미를 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이면 대학에서 운동 관련 과목을 전공한 사람을 고용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퍼스널트레이너를 고용했어도 무작정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적절한 운동 방법을 알고 있으면 부상을 막고 운동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퍼스널트레이너가 노인에 특화된 운동법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전 회장은 “무산소운동을 할 때 아령 무게는 힘들다는 느낌 없이 10번을 연속해서 들 수 있는 수준이 가장 좋다”며 “예컨대 한 손으로 아령을 쥐고 팔꿈치를 굽혀 아령을 들어올리는 운동, 즉 흔히 ‘알통’이라고 부르는 이두박근 단련 운동은 3㎏짜리 아령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노년 보내려면 운동 필수…방법 잘 알면 재미 붙일 수 있어”
한 번에 드는 횟수는 10회씩 3세트가 기본이다. 이 전 회장은 “노인은 자기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 근력의 40~50% 수준으로 운동해야 안전하다”며 “8㎏ 아령으로 10회 3세트를 채울 수 있으면 그 절반 수준인 4㎏짜리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 근육이 커지면 더 무거운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는 “기존에 들던 아령으로 연속 20회 들어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1㎏ 더 무거운 걸로 시도해봐도 된다”고 말했다.

유산소운동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 전 회장은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걸 추천했다. 그는 “노인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큰 무리없이 걸을 수 있는 속도인 시속 5㎞로 시작하는 게 좋다”며 “걸으며 1~2분 단위로 시속 0.2㎞씩 올려서 시속 6㎞까지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 이상으로는 자기 몸상태를 봐가면서 천천히 올려야 한다. 이 전 회장은 “시속 7㎞나 8㎞까지 올리는데 몇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운동 효과를 보려면 피트니스센터에 1주일에 최소한 3번은 가야 한다”며 “한 번 갔을 때 운동하는 시간은 1시간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시간 안배는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절반 정도씩 골고루 하는 게 좋다.

1주일에 3번 피트니스센터에 간다고 해서 같은 부위 무산소운동을 3번 하라는 건 아니다. 특정 부위 운동은 1주일에 2번이 적절하다. 팔, 다리, 허리 등 각각 다른 부위를 운동하며 한 부위 운동이 주당 2번을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피트니스센터에 처음 가면 6개월이나 1년 등 장기 등록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이 전 회장은 처음에는 1개월만 등록하라고 권했다. 그는 “장기 이용권을 구매하면 돈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게 될거라는 생각에 1년치를 미리 끊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면 운동을 억지로 하게 돼 재미를 붙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운동을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체육학으로 2016년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학위를, 이달 상명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노인 운동법을 소개한 책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한국경제신문)를 출간했다.

이 전 회장은 “노년기에는 우울감이 생기기 쉬운데 운동을 하면 ‘자기 효능감’(운동 효과를 스스로 느끼는 것)이 생기고 엔도르핀이 분비돼 우울감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