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췌장염 치료제 시장 잡아라"…신약 승부수 던진 삼성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면서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신약의 평균 개발기간은 10년, 개발비용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지만 성공률은 0.02%에 불과하다. 신약보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드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만 개발하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은 글로벌 제약사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첫 번째 신약 개발 프로젝트로 선정한 것은 급성 췌장염 치료제다.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바이오 의약품이 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생소한 분야다.
"5조 췌장염 치료제 시장 잡아라"…신약 승부수 던진 삼성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급성 췌장암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데다 알코올 소비 증가와 진단기술 발달로 잠재적 환자가 많아 시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 췌장염 발생 빈도는 미국이 10만 명당 24.2명, 영국이 5.4명이다. 한국은 10만 명당 20명 안팎이다. 40~50대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고 남성은 술, 여성은 담석질환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급성 췌장염 환자 중 22%가 제때 치료 받지 않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 시장이 연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1위이자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이 소화기 내과 분야 치료제에 강점을 지녔다는 점도 고려됐다. 1781년 설립된 다케다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161억달러(약 18조3780억원)에 달한다.

다케다제약이 발굴한 급성 췌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TAK-671’은 일부 효능이 입증돼 동물실험이 가능한 단계다. 후보물질 탐색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임상에 합류해 내년 다케다제약과 임상 1상을 공동 수행할 예정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은 “신약 개발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파트너사의 강점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평균 7년 이상 걸리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을 4~5년으로 단축했다. ‘베네팔리’ ‘플릭사비’ 등 바이오시밀러를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한국의 바이오산업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삼성보다 먼저 바이오시밀러에 뛰어든 셀트리온도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종합독감 항체 치료제 신약의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간염, 광견병 등 감염성 질환 치료제 및 백신도 개발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벤처기업들로부터 기술이전(라이선스인) 대상도 물색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