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과 노트북 경계 더 모호해져
S펜은 영역 침범 아닌 기술 공유
[이진욱의 전자수첩] 삼성은 굳이, 왜 노트북에 S펜을 끼웠을까

"너희들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이 중에 한 명은 니 취향이 있겠지."

우스갯소리처럼 떠도는 이 말들은 대세 아이돌그룹인 엑소(EXO) 탄생의 배경으로 통한다. 이수만 SM엔터(39,650 0.00%)테인먼트 회장이 12명 멤버들의 각 캐릭터를 차별화시켜 그룹을 결성했다는 소문은 팬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지금은 멤버수가 10명을 넘나드는 아이돌 그룹이 빈번하지만, 엑소 데뷔 당시만 해도 12명의 멤버는 생소했다. 때문에 팬들은 많은 멤버수를 SM(39,650 0.00%)의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엑소는 결성 이후 일부 멤버의 탈퇴에도 탄탄한 팬덤(팬층)을 확보하며 장기간 톱 가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53,300 -0.37%)의 'S펜 사용법'도 이와 비슷한 모양새다. 'S펜'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만 포함됐지만, 올들어 태블릿인 '갤럭시북'에 들어가더니 최근에는 노트북에도 달려 나왔다.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삼성 노트북9 펜(Pen)'이 그것이다. 노트북에 직접 쓸수 있는 기능이 생긴 셈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라인업을 늘리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폭 넓은 선택권을 줬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호에 맞는 제품을 고를 기회가 더 많아진 셈이다. '이건 이래서 아쉽고 저건 저래서 아쉽다'는 말이 쏙 들어가게 됐다. 그야말로 '이 중에 하나쯤은 네 취향이 있겠지'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노트북은 노트북"태블릿과 태생부터 명확한 차이

삼성전자는 7일 자사 노트북 중 최초로 스타일러스펜인 'S펜'을 지원하는 노트북9 펜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최초 도입했던 S펜을 장착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태블릿 모델인 '갤럭시북'과 '갤럭시탭S3'에 이어 노트북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태블릿과 노트북의 경계가 더 모호해진건 사실이다. 게다가 노트북9 펜은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360도로 회전이 가능하고 S펜까지 장착했다. 제품 카테고리만 다를 뿐 무슨 차이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욱의 전자수첩] 삼성은 굳이, 왜 노트북에 S펜을 끼웠을까

하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일단 태블릿과 노트북은 태생부터 다르다. 두 제품은 지원 포트도 다르고 똑같은 칩셋을 쓰더라도 내장재나 마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MS오피스도 태블릿에서 돌아가는건 태블릿용, 노트북에서 쓰는건 PC용이다. 즉 노트북은 문서 작업 등 업무용에 최적화됐고 태블릿은 동영상 감상 등 콘텐츠 소비에 특화된 기기란 얘기다.

삼성전자도 이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노트북9 펜은 '영역 침범'이라기보다 '기술 공유'의 결과물이라는 게 회사측의 얘기다. 노트북9 펜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던 자사의 혁신 기술인 S펜을 탑재하면서 활용성을 높인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동안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S펜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트북에 추가적으로 S펜 기능을 원하는 니즈가 있었다"며 "노트북9 펜은 노트북의 활용성과 생산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진욱의 전자수첩] 삼성은 굳이, 왜 노트북에 S펜을 끼웠을까

◆독보적인 혁신기술 S펜, "노트북의 활용성·생산성 확대 기대"

S펜은 기존 노트북 사용자 입장에선 탐나는 기능이다. 소비자가 새롭고 편한 기능을 쓰고 싶은 건 당연하다. 9년째 노트북만 사용한 유승경(40)씨는 "S펜을 사용하고 싶으면 갤럭시북이나 갤럭시탭S3을 사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태블릿은 구매할 생각이 없었다"며 "이번 노트북9펜은 S펜 기능만으로도 충분한 구매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S펜은 단종된 '갤럭시노트7'이 남긴 혁신이다. 오직 S펜을 사용하기 위해 갤노트7의 리퍼비시폰인 '갤럭시노트FE'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있을 정도다.

S펜은 0.7mm의 펜촉과 4096단계의 필압을 감지해 정교한 필기가 가능하다. 섬세한 표현을 할 수있어 마치 종이에 글씨를 쓰거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듯 자유로운 펜 작업을 할 수 있다. 제품 측면에는 S펜을 꽂아두거나 뽑을 수 있게 빌트인 공간이 있어 분실 걱정도 없다. 이런 특징들은 필기가 잦은 대학생이나 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용자들이 노트북9 펜을 구매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만 S펜을 원하는 보이는 수요는 제한적이다. 갤노트7을 사용했던 충성고객들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용 기기가 많아질수록 IT 제품군의 킬러 기능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에 없던 획기적인 기능이다보니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노트북 선택의 폭을 '쓰는 것'으로 넓힌 삼성의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가상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노트북9 펜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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