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관성항법장치의 오차가 1백야드입니다... 빨리 해수면으로 올라가서 냅스타(NAVSTAR) 항법위성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톰 크랜시의 군사적 지식이 총 망라된 소설 "붉은 폭풍(Red Storm)"에는 첨단 군사장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 미국 핵 잠수함이 수 개월씩 대서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 대목은 자동항법장치의 중요성을 잘 말해 준다.

비단 소설속에서 뿐만 아니라 군사적 용도의 항법 기술은 이미 인공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올리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원하는 도시에 떨어뜨리며, 부대장은 각 차량 및 병사의 위치를 모니터로 관측하면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더욱이 항법 기술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인터넷이 인류에 없어서는 안될 자산이 된 것처럼 앞으로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신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 개발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군사전략에서 일상적 비즈니스 도구로 탈바꿈한지 이미 오래다.

가까운 미래에는 생활 속에도 GPS를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사전 준비 없이도 차량에 장착된 항법장치나 개인용 휴대단말기에서 약속 장소를 검색한 후 자동으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약속 장소를 정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내 현재 위치를 전송해 상대가 찾아오도록 할 수도 있다.

결국 항법 기술은 인류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찾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 줄 전망이다.

그만큼 산업적 파급효과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 항법기술의 발전 동향

GPS는 군사용으로 개발된 시스템으로 PPS(Precise Positioning Service)와 SPS(Standard Positioning Service)로 나뉘어 서비스되고 있다.

군용으로 쓰이는 PPS는 1.574㎓ 및 1.227㎓의 두 대역 신호를 모두 이용해 수평 오차 10m 이내의 위치 측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에게 허용된 SPS는 1.574㎓ 대역의 신호만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적국의 GPS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SPS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시킨 S/A(Selective Availability) 때문에 일반인들은 수평 오차 1백m 내외의 위치 측정만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1일을 기해 미국이 공식적으로 S/A의 제거를 발표, 민간용 항법 장치의 보급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인들도 수평 오차 20m 내외의 정확한 위치 측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성항법장치 높은 비용 문제로 인해 민간에 적용되기 어려웠던 관성항법장치의 경우에도 최근 소형화, 집적화된 자이로스코프 및 가속도계가 개발되어 그 용도를 넓혀 가고 있다.

특히 민간용 차량항법장치는 차량의 회전 감지 및 방향 계산을 위해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하는게 일반적이다.

장기적으로 이 기술은 초소형 비행체, 로봇, 휴대용 단말기 및 지능형 포탄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중요성 및 문제점

GPS로 대표되는 항법 기술은 인류의 생활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좌표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단적인 예로 GPS는 단순히 차량용 항법장치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아니라 CDMA 기지국에서 시각 동기를 위해서 이용되며 측량에서의 기준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응용 분야가 개발되어 GPS 수신기 시장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숙제도 많다.

전 세계가 GPS에 의존하게 될수록 그 안정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그를 관리하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 또한 커질 전망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러시아(그로나스), EC(갈릴레오)에서는 GPS와 유사한 위성 항법 시스템 체계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거나 개발중이다.

사생활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불과 수십 미터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 위치 정보는 감시 장치로 오용될 부작용이 존재한다.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도 이용되고 있는 물류 배송 차량이나 택시 등의 위치 관제 시스템의 경우에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근로자의 감시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kjw@c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