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1인당 3억 드립니다"…파격 대책 내놓은 일본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도쿄 아다치구가 최대 3600만엔(약 3억4514만원)의 대학 학자금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세타가야구가 출산 지원금 5만엔, 고토구는 자녀 1인당 3만엔의 전자 쿠폰을 지급하는 등 도쿄 23개 구청이 육아 지원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다치구는 대출 방식으로 운영하던 학자금 지원 제도를 오는 4월부터 무상지원 제도로 바꾼다. 가계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4인 가구 기준 연간 수입이 800만엔 이하인 가계에서 40명을 뽑아 최대 6년간 3600만엔을 지원한다.

사립대학 의학부를 자기 부담 없이 졸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재원은 지역 기업과 구민의 기부금, 지역 경마조합의 분배금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세타가야구는 셋째 아이부터 지급하던 출산지원금을 첫째 아이부터 일률적으로 5만엔씩 지급하기로 했다. 1인당 42만엔인 정부의 출산지원금을 합하면 출산과 동시에 47만엔을 받을 수 있다. 메구로구도 신생아 1인당 2만엔의 출산 축하금을 지급한다.

고토구는 18세 이하 자녀 8만2500명에게 3만엔씩 전자쿠폰을 지급한다. 이를 위해 고토구청은 31억엔 가량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밖에 가쓰시카구와 시나가와구, 주오구 등 7개구는 도립 초중학교의 급식비를 전면 무상화했다.

도쿄의 구청들이 육아 지원금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린이집의 정원 초과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원 초과로 어린이집을 다니지 못하는 도쿄 23구의 아동(대기아동)은 2017년 5665명에서 2022년 32명으로 급감했다. 구청들이 적극적으로 보육시설을 늘린 결과다. 보육시설을 더 늘릴 필요가 없어지면서 구청들은 남는 예산을 육아 수당 등 현금 지원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의 인구 집중을 해소하려는 일본 정부와 주민 숫자를 유지하려는 도쿄 도심 지역의 '인구 쟁탈전' 성격도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정의 18세 미만 자녀에게 주는 지원금을 1인당 30만엔에서 100만엔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도쿄도는 올해 4월부터 18세 이하 도민에게 1인당 월 5000엔을 지급하고 둘째 이하의 자녀 보육료를 전면 무상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책"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2%였던 어린이 관련 예산을 4%로 두 배 늘리겠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