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이탈리아 국민 52%, 우크라 무기 지원 반대
"음악에 정치 안돼" 伊산레모 가요제, 젤렌스키 초대 계획 역풍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산레모 가요제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화상 연사로 초대한다고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 7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도시 산레모에서 열리는 산레모 가요제의 폐막일에 화상 연설을 통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포문을 연 것은 이탈리아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로 꼽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내가 산레모 가요제에서 기대하는 것은 노래로, 다른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최대한 빨리 끝나길 희망하지만, 무대는 노래를 위해 남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나면 산레모 가요제를 보겠지만, 다른 건 안 듣고 노래만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51년부터 시작된 산레모 가요제는 이탈리아 노래 '칸초네'(canzone)의 세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탈리아 최고의 음악 축제다.

산레모 가요제가 성공 가도를 달리자 유럽 방송 연합에서 기본 틀을 본떠 만든 유럽지역 국가대항 가요제가 바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대하려는 주최 측의 결정에 대한 비판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중도 성향 정당 '아치오네'(Azione·이탈리아어로 행동이라는 뜻)의 카를로 칼렌다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 방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음악 행사와 전쟁 중인 국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결합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야권 정당 오성운동(M5S)의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우리 의회에서 화상 연설할 때는 기뻤지만 솔직히 산레모 가요제와 같은 가벼운 행사에 등장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산레모 가요제에 초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온라인 청원에는 3만3천 명이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1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이탈리아 국민중 적지않은 수가 전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영 방송(RAI)가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2%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39.9%에 그쳤다.

반면, 이탈리아 TV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브루노 베스파는 젤렌스키 대통령 초대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산레모 가요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짧게 연설하는 것을 두고 이렇게 야단법석을 떠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스파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칸, 베니스 영화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화상 연설을 했다.

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위해 놀라운 용기로 싸우고 있는 이 남자에게 이러한 악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음악에 정치 안돼" 伊산레모 가요제, 젤렌스키 초대 계획 역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