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에 급등한 금 가격…전망도 긍정적 [원자재 포커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선물인 내년 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3.20달러(1.9%) 뛰어 182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로, 1800달러 선을 하루 만에 뛰어넘었다.
사진=골드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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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은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월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뛰어올랐다. 11월 CPI는 전년동기대비 7.1%,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동기대비 6% 오르며 전문가 예상치를 하회했다.

금융시장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완화될 수 있다고 예상해 금값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불리온 볼트의 애드리안 애쉬 리서치책임자는 "금 강세론자들은 내년 Fed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금의 매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안전 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의 가격은 경기침체 시기에 상승한다.

또 Fed가 긴축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면 달러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금 가격이 다시 뛸 가능성이 높다. UBS는 "내년 상반기 Fed의 금리 인상이 멈출 수 있다"며 "금이 그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실질금리가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금값은 19%가량 상승한다고 UBS는 분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도 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더한다.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리서치국장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내년 금 가격은 현재보다 30% 뛰어 온스당 22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내년 겨울까지 금값이 13%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UBS는 "Fed가 예상보다 높은 최종금리를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몇 개월 내에 금값이 한 차례 하락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내년 말까지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삭소 은행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가는 내년 '전시 경제' 심리가 커지며 중앙은행들이 외화보유액을 확대하는 것을 단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은 금에 유리하게 작용해 내년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계금위원회(WGC)는 내년 금값 전망에 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WGC는 "금값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올해 금값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이었던 만큼 내년도 금값도 정책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통화 긴축의 고삐를 죌 경우 금이 추가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경기 침체에 따른 원자재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내년 상반기 금값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