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했다”는 세계무역기구(WTO) 판결에도 자국 업계 보호를 위해 관세 부과 방침을 고수했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은 WTO의 잘못된 해석과 결정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인 2018년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물량을 제한했다.

중국 등 주요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WTO에 제소했다. WTO는 이들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WTO는 이날 “전쟁이나 다른 긴급 상황에서 취해진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든 미국의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며 “미국은 국제 무역 규칙을 위반했다”고 했다.

미국은 WTO의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다. 하지만 3년 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상소위원 선임을 가로막아 현재 WTO 상소기구의 기능은 마비된 상태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관세 조치를 수정할 여지는 남아 있지만 근본적으로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한국은 2018년 철강 관세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200만t대로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전체 수출물량의 13분의 1 정도여서 많지는 않다는 게 국내 철강업계의 얘기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과 재협상을 통해 관세를 없앤 상황이어서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은 계속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