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는 여전히 탄탄…여타 선진국은 미국보다 금리 인상에 취약"
"美연준 금리인상, 따라잡기 어려워…각국별 차별화 전망"
올해 미국이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면서 유례없이 강력하고 통일적인 세계적 금리 인상 행렬을 불러왔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물론 많은 선진국조차 경제 체력이 미국보다 약한 만큼 이제부터 금리 인상 흐름이 국가별로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자국 사정에 맞는 최종 금리 수준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40년 새 가장 공격적이고 동시적이었던 전 세계 통화정책 긴축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통화정책 공조가 어려운 가운데도 최근까지는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등을 우려해 서방 각국이 미국을 따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이러한 추세가 바뀔 기미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등 수입 비중이 큰 선진국들과 부채 부담이 큰 개발도상국들이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속에 국가별 경제적 불균형이 커졌고, 금리 인상에 따른 각국의 부채 부담이 다른 점 등이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끼친다고 짚었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주까지 4차례 연속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또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최종적인 금리 수준은 이전 예측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영국·호주·캐나다 등은 이미 연준을 따라 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자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해 한발 물러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지만,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영국과 미국은 매우 다른 상황"이라며 "유럽 에너지 가격 인상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물가상승 압력의 김이 조금 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지난 1일까지 기준금리를 7개월 연속 인상했으나, 지난달부터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줄인 상태다.

캐나다는 지난달까지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지난달 인상 폭은 시장 전망치인 0.75%포인트보다 낮은 0.5%포인트였다.

지난 1년간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고물가와 저금리 상황에서 '얼마나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는지' 경쟁하는 것 같았지만, 현재는 그동안의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여전히 높은 만큼 상황이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금융 리서치회사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노르웨이 등의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에 미국보다 더 민감하다고 보면서 "연준이 미국의 경기 하강을 촉발하기 훨씬 전에 이들 국가 경제가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년 후 연준의 기준금리가 다른 주요 선진국 금리의 평균보다 2.5%포인트 높아 최소 2004년 이후 양측의 금리 차가 최대가 될 전망이며, 이 때문에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상승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