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조엔의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 널뛰기가 올해도 이어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1조7080억엔(약 16조99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4조9880억엔의 흑자를 기록한 지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전환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은 2018년 1조4112억엔 흑자, 2019년 9616억엔 적자를 낸 이후 해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또 '실적 널뛰기'…1.7조엔 순손실
투자전문회사의 특성상 투자 대상 기업의 평가손익에 따라 실적이 급변동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통신 자회사인 소프트뱅크에서 나오는 지분 평가이익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수익원이 없는 사업 구조의 약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매 분기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측정한 평가손익을 실적에 반영한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용하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비전펀드의 성적에 따라 그룹 실적이 출렁이고 있다.

비전펀드1호와 2호는 2017년과 2019년 각각 100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출범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AI) 관련 예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186곳에 투자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비전펀드에서 6조2920억엔의 기록적인 평가이익을 낸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비전펀드에서 3조7388억엔의 투자손실이 발생하면서 소프트뱅크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세계 증시에서 비전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성장주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알리바바 등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주식에서도 3조9365억엔의 평가손실이 났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융 긴축 여파로 지난달부터 세계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소프트뱅크그룹의 올해 실적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의 투자 전략을 바꿔 손실을 줄이려 하고 있다.

비전펀드1호는 전체 투자금 가운데 중국 투자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 유럽 기업 투자는 6건으로 전체의 3%에 불과했다. 비전펀드 2호는 투자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전체 투자금의 42%인 137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유럽 지역 투자가 94억달러(28%)로 뒤를 이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6조2215억엔으로 10.5% 증가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