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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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한데다 올봄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다.

CNBC방송은 "미국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은 장중 한때 100만BTU(열량단위)당 7.569달러를 기록하며 3% 이상 급등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은 5주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국 러시아의 전쟁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을 끌여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천연가스에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미국은 현재 기록적인 양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유럽에 보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천연가스 생산량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자은행 RBC캐피털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생산 업체들은 생산량을 통제하고 있다"며 "천연가스 재고는 5년 평균치 보다 적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올해 미국 천연가스 가격 전망치를 40센트 높인 4.6달러로 설정했는데 이는 현재 거래되는 가격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씨티은행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고 생산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지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시장이 그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상승으로 천연가스 생산업체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업체 EQT와 코테라에너지는 이날 뉴욕증시의 개장 전 거래에서 52주 신고가를 썼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