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탈출구 못 돼…푸틴의 권력욕, 큰 대가 치를 것"
[우크라 침공] 노벨상 학자 "中 동참 안해도 러시아 제재 효과 충분"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탈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단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가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원유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금수보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전산망에서 퇴출한 금융 제재에 주목했다.

SWIFT 전산망을 통한 대금 결제가 불가능해진 탓에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은 물품들도 거래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수출하지 못하는 것보다 수입이 중단되는 것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설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프라다 핸드백 수입이 안 돼도 러시아 특권층은 살 수 있겠지만, 서방 국가에서 제조되는 의약품 수입이 중단되는 상황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의 수입 품목 중 소비재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른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중간재와 원자재가 차지한다.

중간재의 수입이 중단된다면 러시아의 국가 생산능력 자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러시아를 이 같은 상황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를 제재에서 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물품을 제조하고 있지만, 서방 국가들이 제조하는 물품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첨단 반도체나 항공 부품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중국 은행이나 기업들도 러시아와의 거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은행과 기업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적 연대라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가 러시아의 10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평등한 동맹관계가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에 복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원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참여할 경우 효과가 더 크겠지만, 중국이 없더라도 가혹한 제재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푸틴의 과도한 권력욕에 대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경제가 전공 분야인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