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이 빅테크와의 전면 경쟁에 나섰다.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력직 채용 직원의 연봉 상한을 최대 10억엔(약 104억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 인재를 세계에서 모으기 위해 올해부터 경력직으로 뽑는 직원의 연봉으로 최대 10억엔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야나이 회장 연봉의 2.5배로 일본 기업 경력직 채용자 평균 연봉의 200배를 넘는 수준이다. 취업 사이트 마나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람의 첫해 연봉은 평균 453만엔, 의류를 포함한 유통·소매·음식 업종의 연봉은 406만엔으로 조사됐다.

야나이 회장은 “컨설턴트나 대기업 출신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업을 백지 상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계획”이라며 “나보다 우수하고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가 있으면 100~200명이라도 뽑겠다”고 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임금 인상은 빅테크와의 인재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한 의류 판매가 늘어났고 구글을 포함한 빅테크들이 전자상거래 분야를 강화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야나이 회장은 “앞으로 (유니클로의) 경쟁 상대는 의류업체 자라(ZARA)가 아니라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인재를 활용해 의류 사업의 수익모델을 바꿔 빅테크와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