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가 사상 최악의 팬데믹(대유행)으로 기록되게 됐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7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70만 명은 미국 전체 인구(3억3140만 명)의 0.21%다. 미국인 500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말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그 결과 코로나19가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팬데믹이 됐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누적 사망자 수를 가장 많이 낸 전염병은 스페인 독감이었다. 1918년부터 2년간 미국에서 67만5000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팬데믹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놀라운 사망자 규모는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사례”라며 “아직 맞지 않았으면 제발 접종하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두 달 가까이 50%대에 머물러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막아달라”는 뉴욕시 공립학교 교직원들의 요청을 기각했다. 아메리칸항공 알래스카항공 제트블루 등 항공사들도 직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델타 변이발(發) 코로나19 확산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싱가포르에선 연일 사상 최다 규모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79.7%에 달하지만 하루 30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코로나19 규제를 해제한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16세 이상 인구의 약 90%가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 역시 82%에 이르는데도 감염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보건부는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301명 발생하면서 누적 확진자 수가 787만1014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