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가까운 시일 내 미중관계 바뀔 가능성 작아"
NYT "이란·북한과의 거래 허용한다는 잘못된 메시지 줄 것"
전문가들 "멍완저우 석방에도 미중 긴장 여전…근본 해결 아냐"(종합)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캐나다 가택연금에서 24일(현지시간) 풀려났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미중관계가 바뀔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왔다.

멍 부회장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2018년 캐나다에서 체포돼 그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하면서 2년 9개월 만에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미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키신저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미중 간 불신이 심각해 이번 석방 자체가 미중 관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그는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면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봤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이선 폴 연구원은 이번 석방 조치는 지난 7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톈진(天津) 회담 때 중국이 요구한 사항 중 미국이 처음으로 이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중국의 요구 사항에는 멍 부회장 송환과 중국 공산당원 및 유학생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지도자·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이 포함됐다.

폴 연구원은 미국이 여전히 미중 관계의 방점을 경쟁에 두고 있다면서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정상회의, 대만문제 등을 통해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내왔다"고도 말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애덤 시걸은 이번 석방에 대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이고, 중국은 멍 부회장 사건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기술 분야 불신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SCMP는 미국이 멍 부회장 석방을 계기로 미중관계에 변화를 추구하려 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내에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전했다.

실제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멍 부회장이 미국 제재를 위반했는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의 요구를 들어줬다"면서 "이번 항복은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인과 동맹을 인질로 잡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대중 강경 노선을 주장해온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자신들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복'으로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역임한 맷 터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정부가 인질극이 효과가 있고, 미국이 압박에 굴복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화웨이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고 비난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에 대해 미중관계의 주요한 갈등 요소가 제거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화웨이를 둘러싼 양국 간 대결을 끝낸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은 두 강대국 간 경쟁의 상징인 화웨이 갈등의 일부일 뿐이며,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고 NYT는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고문이자 대중 강경파인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이란, 북한과 부정 거래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 세계 중국 기업 임원들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화웨이 일부 칩과 기술 판매를 승인한 것도 화웨이가 우리 우방국의 5G 통신 시스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