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가계자산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13조5300억달러(약 1경5000조원)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자산의 3분의 1 가까이는 소득 상위 1%에게 돌아갔다.

美 가계자산 사상 최대폭 증가…상위 1%가 '3분의 1' 가져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가계자산 증가액은 관련 통계 작성이 이뤄진 30여 년 사이 최대폭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가계자산 증가액은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11조8900억달러)보다 9% 가까이 많고 2018년(6200억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21배에 달한다.

이는 과거 경제위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인들의 가계자산이 전년 대비 8조700억달러 줄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 주가와 집값이 폭락한 결과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휘청인 지난해엔 주가와 집값이 오히려 올랐다. 예컨대 S&P500지수는 코로나19 위기 초기 급락했지만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16% 올랐다. 미국 부동산중개업자협회가 집계하는 기존주택 가격은 중간값 기준으로 지난해 3월 8.1%였던 상승률이 5월 1.9%로 둔화했지만 10월 15.5%까지 치솟는 등 가파르게 회복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주가와 집값이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정부와 Fed의 공격적 ‘돈 풀기’ 영향이 크다.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도 지난해 자산가치 상승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가계자산 증가액 중 44%인 5조9200억달러가량은 주가 상승에서 비롯됐다. 집값 상승으로 늘어난 가계자산은 2조8300억달러가량으로 전체 가계자산 증가액의 21%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주식이나 주택을 많이 보유한 고소득층과 자산계층이 혜택을 봤다. 가계자산 증가액 중 소득 상위 1%의 자산가치만 4조6300억달러 늘었다. 이는 전체 가계자산 증가액의 30%에 달한다. 또 소득 5분위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의 가계자산 증가액은 9조8400억달러로 전체 가계자산 증가액의 73%를 차지했지만 하위 20%의 가계자산 증가액은 500억달러로 0.37%에 그쳤다.

WSJ는 “팬데믹 기간에 자산 형성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다음번에 닥칠 주요 금융 압박에 준비가 덜 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성인의 3분의 1 이상이 지난해 Fed 조사에서 비상금으로 400달러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