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리바스, 비밀경찰 요원으로 납치·고문 등 가담 혐의 받아
호주서 보모로 살던 '피노체트 비밀경찰' 비서, 칠레 송환 결정
호주 시드니에 사는 칠레 여성이 과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칠레 군부독재 시절 납치와 고문 등에 가담한 혐의로 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호주 법원은 24일(현지시간) 칠레 송환을 막아달라는 아드리아나 리바스(68)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리바스는 본국으로 돌아가 납치 등 7개의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게 됐다.

다만 아직 상급법원 상소는 가능하다.

리바스는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 시절 반체제 인사 탄압을 위해 만들어진 악명높은 비밀경찰(DINA)의 수장인 마누엘 콘트레라스의 비서였다.

콘트레라스는 피노체트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좌파 인사들에 대한 납치와 고문, 살인을 자행했고 이후 500년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5년 숨졌다.

칠레 수사당국은 리바스 역시 DINA의 그림자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1976∼1977년 공산당 인사 7명의 납치·살해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DINA를 떠난 후 1978년 호주에 정착한 리바스는 2006년 가족을 만나러 칠레에 갔다 체포됐고, 보석으로 풀려난 후 2009년 다시 호주로 도주했다.

시드니의 교외 부촌에서 보모와 청소부 등으로 일하며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던 리바스는 칠레 법원의 인도 요청에 따라 2019년 다시 체포돼 시드니에서 수감 중이다.

리바스 측은 콘트레라스 비서 시절 자신은 커피를 타고 잔심부름을 하는 일상적인 업무만 했을 뿐 비밀경찰 요원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증인들은 당시 리바스가 가장 잔혹한 고문 기술자였다고 말한다.

리바스는 2014년 호주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그들(비밀경찰)은 사람들이 입을 열도록 해야 했다.

칠레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졌던 일"이라며 고문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리바스의 이야기는 그의 조카 리세테 오로스코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아드리아나의 진실'에도 자세히 담겼다.

2017년 베를린영화제와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도 소개된 이 다큐에서 감독은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어린 시절 우상이던 이모 리바스의 과거 추악한 진실을 파헤친다.

이날 리바스의 송환 결정이 내려진 후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 피해자 가족들은 "중요한 한 걸음"이라며 환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전했다.

피노체트 시절 칠레에선 정권의 탄압으로 3천 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고문 피해자도 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