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배 넘는 물량 확보하고도 허위정보 탓에 접종속도↓
잉여 물량 처분하려고 외국인·이민자 대상 접종도 허가
AFP "고질적 부패 탓에 정부 신뢰 낮아…허위정보 온상"
세르비아, 백신 충분한데 '불신 확산'에 접종 애먹어
세르비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는데도 국민의 '백신 불신' 때문에 접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백신을 맞아달라고 '애원'하는가 하면, 남아도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외국인과 이민자에게도 접종을 허가한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서방권 제약사뿐 아니라 러시아(스푸트니크V), 중국(시노팜)과도 공급계약을 맺어 현재까지 백신 약 1천500만회분을 확보했다.

세르비아 인구 약 700만명의 배가 넘는 양이다.

공격적인 물량확보에 힘입어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백진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약 300만회분이 이미 공급됐고 이 중 200만회는 접종이 완료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신 접종자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어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AFP통신이 세르비아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마지막 2주간 하루 평균 접종자는 약 1만2천명으로 2월 같은 기간 수치의 약 절반으로 줄었다.

정부에 따르면 접종을 신청한 이는 전체 대상자의 약 4분의 1에 그치며, 신청자 대다수가 백신을 맞은 이후 접종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이에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우리는 충분한 물량이 있고 앞으로 더 갖게 될 테니, 신의 이름으로, 제발 백신을 맞아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지난주 세르비아는 외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접종도 허가했다.

그 결과 백신을 맞기 위해 인근 국가에서 수천명의 '백신 여행객'이 몰려오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세르비아, 백신 충분한데 '불신 확산'에 접종 애먹어
세르비아 국민이 접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허위정보에 따른 '백신 불신' 때문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세르비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행병학자인 프레드렉 콘은 국민이 백신에 무관심한 유일한 원인은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허위 정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총인구의 1∼2%에 그치는 백신 반대론자가 퍼트린 허위정보에 아직 접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의 절반가량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부패와 투명성 부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세르비아는 예전부터 허위 정보의 온상이었다고 AFP는 평가했다.

발칸반도 국가들의 정책 연구기관인 '유럽 내 발칸국 정책자문단'(BiEPAG) 연구원인 플로리안 비버는 AFP에 "세르비아 국민은 국가가 백신을 두고 소통하는 방식을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