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엘살바도르서 스페인 예수회 사제 5명 등 살해 지시
31년만의 단죄…내전 중 성직자 살해 엘살바도르 장교 133년형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예수회 사제들을 살해한 옛 장교가 30여 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스페인 법원은 1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전 대령인 이노센테 오를란도 몬타노(77)에 대해 1989년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사제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33년형을 선고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1년 만이다.

당시 사건은 1979∼1992년 우익 군부와 좌익 반군인 파라분보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 사이에 벌어진 엘살바도르 내전 와중에 일어났다.

수도 산살바도르의 센트럴아메리카대학 캠퍼스 안에 군인들이 쳐들어가 이 대학에서 강의하던 저명 해방신학자 이그나시오 에야쿠리아 신부를 포함한 예수회 성직자들을 살해했다.

당시 예수회 사제들은 내전 종식을 위해 정부와 반군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군경 지도부는 성직자들이 좌익 반군 세력과 결탁했다고 의심했다.

31년만의 단죄…내전 중 성직자 살해 엘살바도르 장교 133년형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진 사건이었지만 엘살바도르 내에선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스페인이 자국 성직자들을 살해한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수사를 개시했다.

스페인 법원은 2011년 몬타노를 비롯한 당시 군 지도자 20명에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2017년 미국서 이민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몬타노의 신병을 인도받아 법정에 세웠다.

스페인 검찰은 당시 치안차관이던 몬타노가 성직자 살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때 군은 반군의 소행으로 보이도록 반군이 주로 쓰던 AK-47 소총을 사용하기도 했다.

스페인 사제 5명 외에 엘살바도르 사제 1명과 가정부, 가정부의 딸도 함께 목숨을 잃었으나, 스페인 법원은 자국민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형을 내릴 수 있었다.

희생자 유족들은 30여 년 만에 정의가 실현된 데 만족감을 드러내며 판결을 환영했다고 유족 변호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