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간 교류 동결, 벨라루스 주재 대사도 불러들여"
친서방 우크라, 루카셴코에 재선거 권고…벨라루스 "진부한 조언"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와 모든 관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쿨례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사실상 벨라루스와의 모든 접촉이 중단됐다.

우리가 모든 접촉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루카셴코 대선 부정' 벨라루스와 모든 접촉 중단"
우크라이나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도덕적 위험을 제기하지 않게 됐다는 확신이 들 때만 접촉을 재개할 것이라고 쿨례바 장관은 전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9일 벨라루스 대선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과 연락한 적이 없으며 당분간도 그럴 계획이라면서 벨라루스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본국으로 소환했다고 소개했다.

쿨례바 장관은 또 2014년부터 루카셴코 대통령 주도로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려온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협상도 필요하면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14년 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에 무력 분쟁이 발생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대표들을 민스크로 초청해 평화협상을 주선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평화중재자라는 평판을 얻었다.

EU는 루카셴코의 평화 중재 역할을 평가해 선거 부정과 야권 탄압 등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부과했던 기존 제재 일부를 해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정권 교체 혁명 이후 친서방 정권이 집권한 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는 EU와 경제협력협정을 맺고 서구화 노선을 걸으면서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루카셴코 정권의 대선 부정 논란에 대해 줄곧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정치적 이유로 자국에서 탄압을 받는 벨라루스 인사들에게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망명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거를 실시하고 야권과 '몽둥이'가 아닌 대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벨라루스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진부한 조언'은 필요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9일 대선 이후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통치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로 이어진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투표 당일부터 연일 계속되고 있다.

27일에도 민스크 시내에서 대선 결과 무효화, 재선거 실시,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가두행진 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인권단체 '베스타'(봄)는 이날 기자 15명을 포함해 180명 이상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루카셴코 대선 부정' 벨라루스와 모든 접촉 중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