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2017년 베인캐피털과 공동 인수한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상장(IPO)을 통해 새로 조달하는 자금이 853억엔(약 9536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신규 투자금액의 10% 수준이어서 기업공개를 삼성 추격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전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보유 지분을 14%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전날 기옥시아의 상장을 승인했다. 주당 공모가격은 3960엔으로 오는 10월 6일 도쿄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은 2조1300억엔으로 올해 도쿄증시 최대 규모다. 관심을 모았던 일반 공모물량은 발행주식 수(5억1750만 주)의 4.2%에 불과한 2156만 주로 정해졌다. IPO를 통해 기옥시아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853억엔에 그친다. 조달 자금으로 미에현 욧카이치시와 이와테현 기타카미시에 짓는 신공장 건설비를 마련하려던 기옥시아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장 1동을 새로 짓는 데만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인캐피털 등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 하락을 우려해 신규 공모 물량을 늘리는 데 반대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기옥시아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지분을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7740만 주 보유하고 있다.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14.96%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옥시아의 지분을 장기 보유할 계획이기 때문에 구주 매출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상장 이후에도 14.3%의 지분(보통주 전환 기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