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병한 국가(크루즈선 2척 포함)는 5일 기준 208개국으로 늘었다. 120만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중 6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평균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은 5.4%가량이다.

치명률, 이탈리아 12.3%·스페인 9.5%…"고급 의료인력 유출이 직격탄"
나라마다 치명률은 천차만별이다. 이탈리아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날까지 나온 12만4632명의 확진자 가운데 12.3%인 1만5362명이 숨졌다.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확진자 수 1000명 이상인 58개국 가운데 치명률이 10%를 웃도는 국가는 이탈리아와 알제리(10.4%), 영국(10.3%) 등 세 나라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네덜란드(9.9%), 스페인(9.5%), 인도네시아(9.1%) 순이다. 반면 독일(1.5%), 한국(1.7%) 등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코로나 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은 5.1%로 집계됐다. 중국 전체 치명률은 4.1%로, 세계 평균보다 낮다.

유럽 국가들의 고령 인구(만 65세 이상) 비중은 대부분 20% 안팎으로 대동소이하다. 2018년 기준으로 고령층 비중은 이탈리아 22.6%, 독일 21.4%, 스페인 19.2% 등이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아 체면을 구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세계 8위, 13위 경제대국이기도 하다. 같은 유럽 국가 사이에서도 왜 이렇게 치명률 격차가 클까.

결정적인 차이는 의료 인프라에서 나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금융·재정위기 등을 겪으며 의료 예산이 지속적으로 깎였고 의료인력이 대거 해외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료인력(의사·약사·간호사 등) 수는 이탈리아가 32.2명, 스페인이 30.1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반면 독일은 71.1명, 프랑스는 58.5명이다. 1000명당 중환자실 병상 수도 이탈리아가 2.6개, 스페인이 2.4개로, 독일(6.0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정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이탈리아에선 북부 공업지대, 스페인에선 수도 마드리드 및 북동부 카탈루냐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환자가 대거 발생하며 의료 자원이 급속히 고갈됐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치명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독일에선 확진자의 평균 연령이 47세로, 이탈리아(63세)보다 훨씬 낮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 보건당국은 “독일 노년층은 남유럽과 달리 사회적 접촉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노출 빈도 역시 낮은 편”이라며 문화적인 차이가 치명률 격차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