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국제금융허브 경쟁력 순위가 2018년 이후 3년째 3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 서울과 함께 금융허브로 지정된 부산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울과 부산은 핀테크(금융기술) 경쟁력에서도 15위권에 들지 못했다. 세계 각국이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뛰고 있지만 한국은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과 각종 포퓰리즘 정책 등 정치 논리가 금융산업을 짓누르면서 금융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26일(현지시간) 공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108개 도시 중 33위를 차지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지옌이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하는 GFCI는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로 꼽힌다. GFCI는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세계은행과 세계경제포럼(WEF) 등 외부 기관이 평가하는 △비즈니스 환경 △인적 자원 △인프라 △금융산업 발전 △평판 등 5개 분야 지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은 33위로 지난해 9월 조사(36위) 때보다 3계단 상승했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2015년 9월(6위)과 비교해서는 27계단 떨어졌다. 11년 전인 2009년 9월(35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과 함께 금융허브로 지정된 부산은 지난해 9월 조사(43위)에서 8계단 하락한 51위에 그쳤다.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2015년 3월(24위)과 비교해 27계단 떨어졌다.

3년째 30위권 밖 맴도는 서울…'세계 금융허브' 꿈 멀어져가나
세계 금융허브 1위 도시는 미국 뉴욕이 차지했다. 2위는 런던이다. 뉴욕과 런던은 5개 분야의 세부 지수에서 모두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조사가 시작된 이후 뉴욕과 런던은 1, 2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3, 4위는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가 차지했다. 그동안 부동의 3위였던 홍콩은 6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하반기 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 여파에 따른 불안정한 정치 환경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옌은 지난해 9월에 이어 글로벌 핀테크 경쟁력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금융허브 도시 1위로 꼽힌 뉴욕이 핀테크 경쟁력에서도 가장 뛰어난 도시로 뽑혔다. 베이징, 상하이, 런던,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6~10위는 선전, 홍콩, 광저우, 샌프란시스코, 도쿄가 차지했다. 톱10 도시 중 중국이 네 곳을 차지했다. 서울과 부산은 상위 15개 도시에 포함되지 못했다.

마이클 마인엘리 지옌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금융허브 도시의 선결 조건으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국제도시’를 꼽았다. 마인엘리 회장은 한곳에 집적화된 금융 클러스터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