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CEO들이 지난 2월부터 한달여간 자사주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 본격 확산돼 뉴욕 증시가 폭락하기 전 발빠르게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1일부터 3월19일까지 뉴욕증시 상장사 경영자 150여명이 매도한 지분이 총 92억 달러(약 11조 309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WSJ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문건 총 4000여건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 자사주 매도 규모는 전년 동기(총 64억 달러) 대비 30% 늘었다.

베이조스 CEO는 지난달 첫째주에만 아마존 주식 34억 달러(약 4조 18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베이조스 CEO 보유 지분의 3%로 그가 지난 1년간 매도한 물량과 맞먹는다. WSJ는 “지난 20일까지 뉴욕 증시가 30%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베이조스 CEO가 2월 초 매도로 3억1700만 달러(약 3895억원)에 달하는 평가 손실을 피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업체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지난달 14일 2500만 달러(약 30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팔았다. 만약 핑크 CEO가 이 주식을 팔지 않고 지난 20일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폭이 약 930만 달러(약 114억원)에 달한다.

랜스 우글라 IHS마킷 CEO는 지난달 19일 4700만 달러(약 577억원) 어치 자사주를 매각해 1920억 달러(약 236조원) 손실을 피했다. MGM리조트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모렌 CEO는 2억2200만달러(약 2727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도했다. MGM리조트 주가는 2월 고점 대비 약 70% 하락했다.

WSJ는 CEO들의 자사주 매도가 사전 정보를 근거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지난달 뉴욕증시가 랠리를 거듭해 S&P500 등 주요 지수가 고점을 경신하자 주요 기업 CEO들이 수익 실현을 했다는 설명이다. WSJ는 “CEO들은 통상 연초에 세금 등을 고려해 지분을 일정 부분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기업 지배구조 자문사인 애덤 엡스타인은 WSJ에 “어떤 이유에서든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악재”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