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대응 기조를 철저하게 ‘비상 모드’로 전환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 “상황을 완전히 통제해 위험이 매우 낮다”고 발언하는 등 위험성을 비교적 낮게 봐왔으나, 중국의 경제적 충격을 보고 대응 기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당부한데 이어 16일, 17일에도 언론 브리핑에 직접 나서 코로나19 대응 수칙을 알리며 국가적 단합과 다가올 충격에 대한 대비를 호소했다.

이에 현지 주요 외신인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조를 바꾸고 코로나19 위협에 진지해졌다"고 평가했으며,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잘못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침울한 어조를 보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자랑하기도 했었지만, 16일 언론 브리핑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7~8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보수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또 17일에도 도소매상 대표나 여행업계 등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이 가장 큰 집단들과의 간담회일정을 소화하고 언론 브리핑에도 계속 참석하는 등 온종일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대해 “코로나19가 대통령의 재선을 위태롭게 하는 등 실질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백악관 내부에 커진 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고문들에게 “코로나19가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또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의 보고서와 중국의 경제적 충격을 담은 데이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개인의 노력 없이는 미국에서 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에 트럼프는 해당 보고서에서 권고한 코로나19 대응 수칙들을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강조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충격에 관해 데이터를 제공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이 1년 전보다 무려 13.5% 급감하고 실업률도 급증했다는 통계를 접하고 매우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에 등장한 한 인사는 "대통령은 그 통계를 보고 미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제 알게 됐다"며 "미국이 중국과 같은 결과를 겪을 수도 있어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려면 필요한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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