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가격이 최근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겪는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 6일 홍콩 부동산업체 센타라인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의 기존주택 가격은 지난 1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 주 대비 약 1.78% 하락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의 이 같은 하락세는 2016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입법 추진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센타라인이 집계하는 홍콩 주택가격 지수인 리딩인덱스에 따르면 홍콩의 기존주택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8개월 동안 8%가량 빠졌다.

센타라인 연구부의 웡렁싱 이사는 "최근 가격 하락세가 더 커진 건 코로나19 사태로 고급 주택 판매가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홍콩은 현재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106명, 이로 인한 사망자가 2명 발생해 주변 국가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지만 중국 본토와 붙어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민주화 시위 사태로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홍콩 경제가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경제는 지난해 -1.2% 성장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홍콩 경제가 올해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의 경제 전망이 암울해지면서 주택을 급매하고 이민을 준비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를 인용해 홍콩 시민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가며 주택을 급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시민은 주택을 판매하면서 1160만홍콩달러(약 18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이민 신청에 필요한 범죄사실증명서 발급 신청이 최근 크게 늘었다. 지난 1월과 2월 두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