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중 15개국이 경제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회원국에 주는 630억유로(약 83조4800억원)의 개발비를 삭감하자는 EU 예산안을 거부했다. 예산 기여도가 높았던 영국이 지난달 31일 EU를 탈퇴한 뒤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회원국 중 폴란드 헝가리 스페인 등 15개국은 포르투갈 베자에서 회의를 열고 EU의 새 예산안을 거부하는 공동 선언문을 내놨다.

EU 회원국들은 ‘2021~2027년도 예산안’을 협의 중이다. EU는 새 예산안을 짜는 데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독일 다음으로 EU 예산에 많이 기여한 영국이 EU를 떠났기 때문이다. 폴란드 헝가리 등 EU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순수혜국들은 개발비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기를 원한다. 반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를 대폭 삭감하길 바라고 있다.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EU로부터 지원받는 금액보다 내는 게 많은 국가들도 새 예산안에 불만이 크다. EU 집행위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회원국에 공여금을 현행 국민총소득(GNI)의 1%에서 1.1%로 0.1%포인트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