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위법 행위가 차고 넘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 방해 수위에 대해 “(1970년대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을 가리켜 “정신 이상이고 역겹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는 이날 찬성 13표 대 반대 9표로 채택한 300쪽 분량의 탄핵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와 사법 방해가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 정부를 상대로 미 대선 개입을 지속적으로 종용해온 행위는 대통령이 개인적·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통령직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할 경우에 대해 헌법에 담긴 해결책이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군사 원조를 대가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뒷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탄핵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정보위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위법 행위를 은폐하고 사법 방해를 하기 위한 캠페인을 지시·이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어떤 대통령도 헌법과 의회 권한을 이렇게까지 부정한 적이 없다”며 “닉슨 전 대통령조차 의회 권한을 인정해 탄핵조사를 하고 보좌관들이 의회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영국에서 탄핵조사 보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민주당은 2016년 대선 결과를 날조된 탄핵으로 뒤집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2020년 대선에서 패할 게 뻔하기 때문에 순전히 정치적 이득을 보기 위해 (탄핵조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반발에도 하원 정보위를 통과한 탄핵보고서는 이날 법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민주당은 이르면 크리스마스 이전에 탄핵소추안을 하원 전체회의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