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8강 진출 유력…日 열도 '흥분'

한국에선 인기 스포츠가 아닌 럭비가 이웃 나라인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대회를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유치한 일본의 대표팀이 올해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던 전통의 럭비 강호를 극적으로 꺾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28일 오후 시즈오카(靜岡)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해 대회 A조 2차전 경기에서 우승 후보인 아일랜드를 상대로 천금 같은 승리를 거뒀다.

전반을 9-12로 뒤지던 일본은 후반에 뒷심을 발휘해 전후반 합계 19대 12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세계 랭킹 9위로, 2위인 아일랜드를 이길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구지원 뛴 日럭비월드컵팀, '강호' 아일랜드 꺾었다
구지원 뛴 日럭비월드컵팀, '강호' 아일랜드 꺾었다
그러나 한국 출신인 구지원(25·혼다)을 포워드로 선발 투입한 일본은 후반 들어 10점을 따고 아일랜드에는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철통 방어력을 발휘해 2승째를 낚았다.

이로써 지난 20일 개막전에서 러시아를 30-10으로 제압한 일본은 승점 9점을 쌓아 A조 수위로 올라섰다.

총 4개조로 나누어 치르는 1차 리그전에서 일본이 앞으로 겨룰 상대는 사모아(10월 5일, 세계랭킹 16위)와 스코틀랜드(10월 13일, 세계랭킹 8위)이다.

현재의 기세로는 일본 대표팀이 어렵지 않게 럭비 월드컵 사상 첫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으로 일본 언론은 낙관하고 있다.

일본은 아일랜드와 10번째로 대결해 이번에 첫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회 주최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구지원 뛴 日럭비월드컵팀, '강호' 아일랜드 꺾었다
아일랜드를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사상 최다의 해외 출신 선수와 일본 토종 선수가 한 덩어리를 이뤄 새로운 럭비 역사를 쓴 쾌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일장기를 달고 뛴 후보 선수를 포함한 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해외 출신 선수였다.

이 가운데 구지원은 지난 8월 일본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자신의 강점인 스크럼 기술을 앞세워 31명의 대표팀에 합류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부친이 한국 럭비 대표선수 출신인 구지원은 럭비 영재 교육을 받고 중학교 2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와 오이타(大分)현의 일본문리대부고를 거쳐 혼다 럭비선수단에 입단, 2017년 일본 대표 첫 주장을 맡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출신의 프롭(포워드가 스크럼을 짤 때 제1열 양쪽에서 스크럼의 중심이 되는 선수)인 구지원이 이번 대회 첫 선발 출전에서 막강 상대와 맞붙었다"면서 평소에 조용한 성격이던 그가 스크럼 경쟁에서 상대의 반칙을 유도하고는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구지원 뛴 日럭비월드컵팀, '강호' 아일랜드 꺾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