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내년부터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를 낮추는 내용의 감세안을 26일(현지시간) 내놨다. 미국 독일 영국 인도 등에 이어 프랑스도 친기업 정책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본격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기업과 개인의 내년 세 부담을 총 102억유로(약 13조원) 감축하는 내용의 2020년 예산안을 이날 발표했다. 법인세 감면을 통한 기업 세 부담 감축액이 9억유로, 소득세 감면을 통한 개인 세 부담 감축액은 93억유로다.
마크롱 정부는 현재 최고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연매출 2억5000만유로(약 3300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의 법인세율은 31%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연매출 2억5000만유로 이하 중소기업의 법인세율은 현행 최고 31%에서 28%로 내릴 예정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계 경제 둔화와 노란조끼 시위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기업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인도 등도 경기 부양을 위해 잇달아 감세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지난달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30%대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25%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도 올 회계연도부터 법인세율을 30%에서 22%로 인하하는 감세 정책을 지난 20일 마련했다. 美·英·獨 이어 佛까지 감세…親기업정책으로 경기회복 불 지핀다 佛, 감세 담은 내년 예산안 발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26일(현지시간)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방안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최근 독일 인도 등도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감세 조치를 내놨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결국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佛 “2022년까지 법인세율 25%로 인하”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발표한 내년 예산안엔 가계와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102억유로(약 13조원) 삭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 개인 감세 규모가 93억유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5월 약속한 1200만 가구에 대한 50억유로 규모의 소득세 감면 등이 포함돼 있다. 마크롱 정부는 연소득 9964~2만7519유로에 부과하던 소득 최저세율을 현 14%에서 11%로 인하할 방침이다. 르메르 장관은 “가계에 평균 350유로의 구매력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인세율 인하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부터 인하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개월간 이어진 노란조끼 시위에 발목이 잡히며 시기가 미뤄졌다.
내년부터는 연매출 2억5000만유로가 넘는 기업 법인세율은 현 33.3%에서 31%로 줄어든다. 2억5000만유로 이하 중소기업 법인세율도 31%에서 28%로 낮아져 법인세 부담은 총 9억유로 감소하게 된다. 법인세율은 이후 단계적으로 내려 마크롱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25%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경제 개혁을 계속 추진하면서도 시위가 재점화하지 않도록 절묘한 균형을 택했다”며 “이번 개혁의 성공이 차기 대선에서 재선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국 잇따라 감세안 마련
독일도 지난달 중소기업을 겨냥한 법인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독일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하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실효세율이 30~33%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법인세부터 손대기로 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중소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을 2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법인세에 포함되는 연대세(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세금)에 대해선 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인도 정부도 지난 20일 현재 30%인 법인세율을 22%로 대폭 낮추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실효세율은 25.2%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정부가 과세 수입 1조4500억루피(약 24조원)를 포기해야 하지만 신규 투자 활성화와 제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2분기 성장률이 6년 만에 최저치인 5.0%로 떨어지자 최근 ‘슈퍼리치’ 증세 방침 철회, 중소기업 세제 지원 확대 등 경기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있는 영국도 대규모 감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법인세율을 28%에서 19%로 낮췄지만 이를 내년에 17%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업인들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겠다”며 “브렉시트 이후 서반구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만들 것이며 영국은 경제에 기어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감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한 뒤 성장과 고용에서 활력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에 이어 급여세와 자산매각으로 발생한 자본소득세 인하 등 다양한 소득세 감세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리시장, 총리 거쳐 2007년까지 12년간 프랑스 통치샤를 드골의 적자 자임한 정통 우파 정치인세계 지도자들 애도…이라크전으로 충돌한 英 블레어도 "유럽정치 우뚝선 인물"프랑스 현대 정치사에서 우파 진영의 거두로 꼽혀온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향년 86세.시라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레데릭 살라 바루는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주위에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시라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 양성 대학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IEP)과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그는 무려 18년간 세 차례 파리시장을 역임하고, 두 차례 총리를 거쳐 대선에 세 차례 도전한 끝에 1995년 대권을 잡았다.시라크는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 프랑스를 재건한 샤를 드골의 적자임을 자임한 정통파 우파 정치인으로 꼽힌다.드골주의자들을 규합해 1976년 공화국연합(RPR)을 창당해 드골주의의 적자임을 자처했던 그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우파 현대정치의 양대 거물로 평가된다.시라크는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5공화국 대통령 가운데 좌파의 거두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다음으로 프랑스를 오래 통치했다.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두 차례 프랑스 대통령직을 수행했다.시라크의 집권 전에는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가 7년이었는데, 시라크는 재임 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줄이는 개헌을 단행했고, 2002년 대선 재선에 도전해 승리했다.2002년 대선 때에는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의 장마리 르펜을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결선 투표제를 운용하는 프랑스에서 당시 우파 시라크를 중심으로 극우파를 제외한 중도와 좌파, 극좌파 진영까지 모두 똘똘 뭉쳐 결선투표에서 시라크는 82.21%라는 높은 득표로 르펜을 눌렀다.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해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집권 직후에는 전임자이자 자신이 총리 시절 좌우 동거내각(코아비타시옹)에서 국가수반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하고 국유화된 기업들을 일제히 민영화했다.대통령으로서 면책 특권이 끝난 뒤인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횡령 사건과 유죄선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시라크 전 대통령은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 퇴행성 신경계 질환을 앓아왔으며, 건강 악화로 최근 몇년간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프랑스는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다.프랑스 상·하원 양원은 이날 개원 중에 시라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방방문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저녁에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시라크의 장례는 국장(國葬)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세계 주요 정치지도자들도 잇달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는 독일인들에게 특별한 협력자이자 친구였다"고 밝혔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시라크가 "그의 조국의 운명을 빚은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라크를 "지성과 엄청난 지식을 갖춘 현명한 인물로 멀리 보는 혜안을 가진 정치가였다"고 평가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시라크의 별세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유럽은 위대한 정치가 한 명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EU 집행위 대변인이 전했다.2003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시라크와 대척점에 섰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지난 수십년간 프랑스와 유럽 정치에 우뚝 섰던 인물이었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연합뉴스
프랑스, 영국, 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시설 피습 사건 책임이 이란에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23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3개국 정상회담을 열고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사건의 책임은 이란에 있다”며 “이란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관련 세부 내용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지지한다”며 “사우디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프랑스, 영국, 독일은 이란핵협정 유럽당사국이다. 이들이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사건을 두고 이란을 직접 지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존슨 영국 총리는 같은날 회담에 앞서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은 이란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매우 높은 확률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이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직후 미국이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지만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은 한동안 말을 아꼈다. 지난 17일엔 독일 총리실에서 “독일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도미닉 랍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매우 분노한다”면서도 “누가 했는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핵협정을 유지하려는 유럽 당사국들이 이란을 비난하기도, 그냥 두고 보기에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존슨 영국 총리는 이란핵협정을 대체할 새 핵협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23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 등과 체결한 이란핵협정엔 결함이 있다”며 “이를 인정하고 더 나은 협정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야말로 새 협상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이란 핵협정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프랑스 정부가 이번엔 실업보험 개정안을 내놓는다. 프랑스는 ‘실업자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후한 복지를 제공해왔지만 개정안에선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필수 근로기간을 늘리는 등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에 따르면 프랑스 고용보험공단은 오는 11월부터 시행할 새 실업급여 개정안을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현행법에선 지난 28개월간 최소 4개월을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 24개월 동안 최소 6개월을 일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르몽드는 “실업급여 신청자 260만여 명 중 100만 명 이상이 이번 요건 강화로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논란이 됐던 고소득 실업자 수당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에선 올초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0.03%가 월 최대 7700유로(약 100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업보험 개혁의 도화선이 됐다. 프랑스의 실업급여 수준은 월급여의 평균 60% 수준이어서 기업 임원 등을 지내다 실직하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하는 사람보다 실업자가 더 많이 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개정안에선 직장에서 월 4500유로(약 600만원) 이상을 벌던 고소득자가 실직하면 7개월 뒤부터 실업급여 수령액의 30%를 감액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프랑스 정부는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서 실업자 감소와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레제코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재정 절감액이 45억유로(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노동시장 개혁과 친기업 정책 덕에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업률은 8.5%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당시 23%를 웃돌던 청년실업률도 19%대로 떨어졌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