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22일(현지시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준 것과 정반대”라며 “이는 집단안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에 근본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도 이번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측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의 설명을 직접 반박하고 나서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앞서 한·미 간 사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그 결정은 한국 관료들이 그동안 우리에게 힌트를 준 것(알려준 것)과는 정반대였다”며 “이는 집단 안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소식통도 이날 연합뉴스에 “우리는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만족스럽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일본의 반응이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미국 측에 역설했고,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항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기(주미 한국대사관)와 서울에서 (항의)했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우리의 불만족도 표시했다”고 했다.

한국 측의 반응을 묻자 “그들(한국)은 우리와 협의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지만 한 번도 우리의 ‘이해’를 얻은 적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한·일 간에 관여할 계획이냐는 질의에는 “우리는 이미 관여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며 미국은 대화를 계속 촉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의 형식이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가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반박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은 한·일 갈등 속에도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해왔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중단을 결정하고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은 데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충분한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미 국방부도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논평 요청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당초 한·일 이견 해소를 위한 신속한 협력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가 몇 시간만에 논평 수위를 높여 대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