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키로 방침을 정한 일본은 한국에 대한 강경조치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 자제 움직임이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한국에서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본산 불매운동 영향으로 일제 맥주의 재고가 늘면서 신규 입고주문을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22일까지 일본 맥주 판매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일본 언론들은 유니클로 등 일본 업체들의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와코루, 쿠팡, 세콤 등의 기업 및 브랜드들이 일본과의 관련성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는 소식도 보도하고 있다. 소니와 닛산자동차 등이 한국에서 신제품 발매와 시승행사를 잇따라 취소한 사례도 빼놓지 않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급격히 줄고 있는 현상에도 관심이 적지 않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이달 들어 자사 상품을 이용한 한국인 개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벳푸 온천 등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있는 오이타현에서도 지역 내 료칸(여관)과 호텔 세 곳에서만 이달 들어 1100명의 예약취소가 발생했다. 후쿠오카시 대형 쇼핑센터의 이달 한국인 쇼핑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25% 넘게 줄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운항 취소가 잇따르는 점도 일본 지역경제에 주는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일각에선 한국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가 이어지면 일본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타격을 입게 돼 아베 신조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더라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가 아니라 중국이나 대만과 같은 수준으로 수출검사를 시행하는 것인 만큼 일본 기업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리무라 유키오 일본공작기계공업회의 회장도 “(일본 공작기계산업은)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만큼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돼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공작기계와 탄소섬유를 꼽았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